10화 옥순과 나
옥순과 나
우리 4학년 담임선생님은
월요일 아침이면 꼭, 짝을 바꾸셨다.
“이번엔 키 순으로 앉아보자.”
“이번엔 남자, 여자 번갈아.”
“오늘은 시험 결과 순으로 짝을 정할게.”
다양한 기준에 따라
책상이 미끄러지고,
아이들의 가방이 이리저리 옮겨 다녔다.
그날도 역시 그랬다.
선생님은 시험 성적 지를 들고
“1등은 40등과, 2등은 39등과…”
차례차례 이름을 부르셨다.
내 이름이 불릴 때
나는 잔뜩 긴장한 채 고개를 들었다.
“미순이는… 옥순이랑 짝 하자.”
장옥순.
쌈 잘하는 아이. 욕도 곧잘 하는 아이.
학교에서 가장 무서운 여자아이.
난 속으로 울었나 보다.
진짜 싫었다.
속상하고 억울했다.
그 애는 내 옆자리에 쿵 앉았다.
아무렇지 않게 다리를 벌리고
가방을 책상 위에 턱 올려놓았다.
한숨을 쉬며
종이비행기를 접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아직 칠판에 글씨를 쓰고 계셨지만
옥순이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는 옆으로 몸을 틀었다.
팔이 닿지 않도록,
책상도 살짝 옆으로 밀었다.
말도 섞기 싫었다.
그런데
그날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며칠이 흐르면서
내 마음은 조금씩 달라졌다.
옥순이는, 생각보다 말을 예쁘게 했다.
욕을 뱉을 땐 날카롭지만
웃을 때는 눈이 예쁘게 접혔다.
내 도시락 반찬을 슬쩍 보며
“야, 네 김치 진짜 맛있겠다”
하며 툭 건네기도 했고,
체육시간엔
“야, 공 못 잡으면 내가 도와줄게.”
말은 거칠지만
묘하게 따뜻했다.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솔직하고 직선적인 아이.
가식도, 꾸밈도 없던 아이.
그래서인지 옥순이와 있으면
오히려 긴장이 풀릴 때가 많았다.
그래도… 난 끝내
그 아이와 완전히 친해지지는 못했다.
어딘가 나와는 너무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 같아서.
말투 하나, 앉는 자세 하나까지
내겐 쉽지 않은 거리였다.
하지만 가끔은 궁금했다.
저렇게 당당하게 말하고,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사는 아이는
마음속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살까.
그날 이후
나는 사람을 쉽게 단정 짓지 않게 되었다.
싫다고 생각했던 누군가도
속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따뜻할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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