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반듯한 마을, 4 지구
시골의 동네는 대부분 그렇다.
집들은 들쑥날쑥하고,
골목은 제멋대로 휘어 있고,
누구네 집은 마당이 넓고, 누구네 집은 울타리 없이
이웃집과 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 속에 사는 사람들도
그런 모습처럼 자연스럽고 다양하다.
그런데 4 지구는 달랐다.
처음 그 동네에 발을 들였을 때
나는 마치 도시 속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집들이 하나같이 똑같은 모양이었다.
크기도 같고, 색도 같고, 심지어 대문도 똑같았다.
집과 집 사이의 거리도 일정했고,
골목도 반듯하게 나 있었다.
그때는 그냥 “와, 신기하다” 하고 말았는데
나중에서야 그 동네의 사연을 알게 되었다.
옥천이라는 곳에서 이주해 온 사람들이 모여 산 마을이란다.
댐을 만들면서 마을 전체가 수몰된 사람들이
정부에서 마련한 이 땅에, 똑같은 구조로 지어진 집들에
함께 모여 살게 된 거였다.
그러니까 4 지구는
잃어버린 마을을 대신해 만들어진,
또 하나의 새로운 마을이었다.
그렇게 알고 나니
그 동네가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각기 다른 슬픔을 간직한 사람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곳.
그곳의 아이들은
어쩐지 더 끈끈하고 활기차 보였다.
우리는 누가 전학 왔는지도, 누구 집이 어디인지도
금세 다 알게 되었다.
명자도, 서영이도, 희수도,
그곳에 살았던 또래 아이들은
내게는 마치 '또 하나의 반' 같았다.
나는 학교에서보다
그 동네에서 더 자주, 더 오래 머물렀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 점점 더 아쉬워졌다.
그 동네에서 놀다가 헤어질 때
어른들이 집집마다 나와 아이들을 불러들이면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그때는 ‘누군가 기다리는 집’이 있다는 사실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고,
나도 그런 집을 가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4 지구는 그렇게,
반듯한 집들 안에
각자의 이야기를 숨기고 있던 마을이었다.
잃은 것을 간직하면서,
새로 만든 것들을 정성껏 키워가는 사람들의 마을.
그곳의 골목은
지금도 내 기억 속에 깨끗하고 따뜻하게 남아 있다.
길은 반듯했지만
그 길을 걷는 마음은,
여전히 아이처럼 자유롭고 생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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