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골목을 걷다

20화

초가집에서 태어난 나, 그리고 교회가 된 집


나는 용현이네 집에서 태어났다.

지금 생각하면 좀 놀라운 일이다.

언니 말에 따르면, 내가 태어난 그 집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슬레이트 지붕 집이 아니라,

작고 낡은 초가집이었다고 한다.


언니는 유아기 시절을 그 집에서 보냈고,

나는 그 집에서 태어나 두 돌 때쯤 되어 이사를 나왔다.

집이 너무 좁았던 탓이다.

아빠는 새살림을 위해

우리 가족을 지금의 집으로 옮겨주었다.

그렇게 우리 집은 바뀌었고,

용현이네가 그 집에 들어가 살게 되었다.


그 집은 마을에서도 오래된 초가집 중 하나였고,

언제 비가 새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허름했지만,

언니는 그 집에서의 기억을 종종 들려주곤 했다.

“네가 거기서 태어났어. 내가 업어서 재웠어.”

언니는 그렇게 말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용현이네 가족도 몇 해를 그 집에서 살았다.

그 사이 많은 일이 있었다.

용현이 어머님은 우리가 그 집을 떠난 얼마 뒤

하늘나라로 가셨다.

그 사실은 나중에서야 들었지만

마을 어른들이 그 이야기를 할 때면

웬일인지 마음이 쓸쓸해지곤 했다.

같은 집, 같은 마당, 같은 우물가에서

서로 다른 슬픔과 시간이 흘렀다는 게

왠지 마음에 오래 남았다.


2학년쯤 되었을 무렵,

용현이네도 결국 이사를 했다.

옆마을 2 지구로 옮겼다.

그 초가집은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을 만큼 낡아 있었고,

결국 아빠는 그 땅을 교회에 넘겼다.

들리는 말로는 노름빛을 갚기 위해서였다고도 한다.

당시의 속사정은 어린 나로선 알 수 없었지만

그날 이후, 그 집은 교회가 되었다.


놀랍게도 그 초가집은 허물어지지 않았다.

교회는 초가집 지붕에 양철을 덧대고

안팎을 조금씩 손보며 예배당으로 썼다.

마을에 처음 생긴 교회였다.


나는 가끔 그 집 앞을 지나며

내가 태어난 집이

지금은 누군가의 기도소리가 울리는 곳이 되었다는 게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

시간은 모든 공간을 바꾸고,

기억은 그 자리를 조용히 지켜준다.


그 집에 얽힌 모든 인연이

이렇게 조용히, 내 마음 안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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