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초가집이 있던 자리, 홍원교회가 된 이야기
그 초가집은 지금 없다.
비 오는 날마다 지붕에서 빗물이 새고,
바람만 불어도 삐걱이던 그 집은
어느 날, 완전히 사라졌다.
그 대신 그 자리에,
근사한 교회가 들어섰다.
“홍원교회.”
어린 시절의 나는,
그 집에서 태어났고,
그 집을 떠났고,
그 집이 교회가 되는 걸 보았다.
아빠가 그 땅을 교회에 넘긴 이유는
속이 아린 사정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 잘한 일 같다.
그곳은 우리 가족에게 잠시 머문 보금자리였고,
그다음엔 용현이네의 삶이 이어졌고,
지금은 수십 명의 예배자들이 드나드는 공간이 되었다.
그 땅은 넓었다.
아이 셋을 키우는 우리 가족도 좁게만 느꼈던
그 넓은 마당과 우물과 텃밭이,
이제는 모두 하나의 건물 아래로 모였다.
그곳은 아주 멋진 교회가 되었고,
지금도 당당히 그 자리에 서 있다.
50년이 지났다.
누구도 그곳이 낡은 초가집이었다는 걸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그 자리에 놀이터가 있었는지도 모를 것이고,
예배당에 앉은 어른들도
이곳이 누군가의 첫울음이 터졌던 집이었다는 걸
알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내 마음 어딘가에,
지붕 낮던 초가집의 모습과
햇살 가득한 마당,
장독대 옆에서 노는 나와 동생들,
그리고 거기서 숨을 쉬던 사람들의 숨결이
지금도 살아 숨 쉰다.
때로는 교회 앞을 지나며
가만히 걸음을 멈춘다.
“여기, 내가 태어났던 집이 있었어.”
마음속으로 조용히 중얼거린다.
그리고 돌아서면,
시간이 잠시 멈춘 듯
가슴이 찌르르 아려온다.
모든 건 지나가고,
모든 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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