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구름 위에 사는 아이
하늘이 높고 맑은 날이면
나는 뭉게구름 모양에 이름을 지으며 학교를 갔다.
양처럼 둥글게 말린 구름은 ‘몽실이’였고
머리를 산발한 것 같은 구름은 ‘엉큼이’,
한쪽으로 퍼진 얇은 구름은 ‘도망이’라 이름 붙였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 들려줄 것도 없었지만
그 시절 나는 구름에 이름 붙이는 걸 좋아했다.
어쩌면 그건,
작고 답답했던 내 마음이 하늘을 닮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등굣길은 처음엔 줄을 지어 갔었다.
고무신에 책보를 흔들며
말없이도 서로를 따라가던 풍경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4학년이 되자
우리는 각자 길 위에서 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나는 남동생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지각하지 않으려고 성큼성큼 걸었다.
하지만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게 있었으니
그건 바로 하늘이었다.
가을 하늘,
그 높고 투명한 하늘 위에
구름이 피어 있는 걸 보면
나는 잠시 발을 멈췄다.
구름 위에 집이 있다면 어떨까?
구름 위에서 살면 얼마나 포근할까?
하얀 솜사탕 같은 방에
하늘빛 물감으로 그린 창문,
바람이 불면 침대가 살짝 흔들리고
햇빛은 부드럽게 살을 간질이는 그런 곳.
그런 구름 집에 산다면
학교도 가지 않아도 될까?
구름에서 떨어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매일 하늘 여행을 다닌다면?
어느 순간,
뭉게구름은 상상 속 동화책이 되었고
나는 그 위에 쪼그려 앉아
땅 아래를 내려다보는 아이가 되었다.
그렇게 잠시만
‘몽실이’ 구름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등굣길이 끝나 있었다.
“야, 빨리 와! 늦겠어!”
뒤돌아보는 남동생의 외침에
나는 허둥지둥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하늘을 본 그 하루는
왠지 더 특별한 하루가 되었다.
내가 그 시절,
매일 땅만 보고 걸었다면
어땠을까.
길 위의 풍경은 늘 똑같았지만
하늘은 날마다 다르게 열렸다.
그래서 나는 자꾸만 고개를 들었고
구름 위의 세상을 그렸다.
어쩌면 그건,
학교에 가기 싫은 마음을
조금만 더 미루기 위한
작은 마음의 도피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시간이
참 소중하고 따뜻했다.
오늘도
맑은 하늘을 보면
나는 다시,
그 시절 구름 위의 집을 떠올린다.
그곳엔 아직도
내가 지어준 이름을 가진 구름들이
조용히 떠다니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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