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골목

18화

다섯 아이, 이야기 속을 걷다


우리 집 가는 길과 2 지구 가는 길의 지름길은 달랐다.

우리 집은 숲이 우거진 큰길을 따라

조용히, 길게 걸어가야 하는 길이었고

2 지구는 마장공판장을 지나

논길과 오르막 언덕을 넘으며 도착하는 길이었다.


그리고 그 두 길 사이엔

비탈진 숲 속 오솔길이 있었다.

교회 쪽 큰길로 돌아가면 너무 멀었기에

우린 자연스레 그 숲길을 택했다.

고학년이 되면서부터였다.

2 지구 친구들과 함께 하교하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설레는 시간이 되었다.


그 무렵,

종분이, 영미, 금은이, 미옥이, 그리고 나.

우린 다섯이었다.

이야기를 좋아하고, 걷는 걸 좋아하고,

같은 방향이라는 이유만으로

하루하루 이야기가 쌓였다.


종분이와 영미는 약간 어른스러운 이야기꾼들이었다.

어디서 들었는지 알 수 없는

조금은 무서운 이야기,

조금은 슬픈 이야기,

조금은 꾸며낸 이야기까지

목소리 낮춰 조용히 들려주곤 했다.


금은 이는 웃음을 잘 참지 못했다.

영미가 ‘그다음에 말이야…’ 하고 숨을 죽이면

미옥이는 먼저 손을 꼭 잡고

“야야, 말해줘!” 조르곤 했다.

나는 그걸 보며 웃다 웃다

정작 이야기 끝은 못 듣고 다시 말해달라 했던 날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우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그 길을 걸었다.

한 아이가 이야기를 꺼내면

다른 아이가 다음 회차처럼 덧붙였다.

하굣길은 매일 연속극 같았다.

주인공이 바뀌고, 배경이 바뀌고, 결말도 없었다.


비탈진 오솔길을 걸을 땐

자연스레 이야기에 집중되었고

어떤 날은

바람에 나뭇가지 흔들리는 소리에도

우린 숨을 죽이고 상상 속에 빠졌다.


“그날 밤, 창문이 덜컹하는데… 누군가 서 있었대.”


“헐… 진짜로?”


“아니, 그건 내가 지어낸 건데…”


종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고

우리는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보다

그 순간의 **‘함께 있음’**에 집중했다.


내가 말하면

미옥이가 맞장구를 쳤고

금은 이는 웃다가 넘어졌다.

영미는 조용히 내 어깨를 툭 치며

“그건 진짜 웃기다.” 하고 한마디 던졌다.


그렇게 다섯 아이는

이야기 속을 걸었다.


누구 하나 주인공이 아니고

모두가 번갈아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 시절만의 리듬과 속도가 있었다.


하굣길이 길면 길수록

우린 덜 지쳤고 더 가까워졌다.

가끔은 산기슭에 앉아

잠시 바람을 느끼고 가기도 했다.


지금도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며

“야, 아까 말한 거 끝까지 해봐!”

소리치는 목소리가 귓가에 선하다.


하굣길은

하루 중 가장 반짝이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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