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건너편 공사장과 오전반 아이들
5학년이 되자, 교실 안 풍경이 조금 달라졌다.
반은 그대로지만, 사람들은 많이 달라졌다.
전학 오는 아이들이 많아졌고, 드디어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뉘었다.
다행히 나는 오전반이었다.
햇살 좋고 공기 맑은 아침에 등교하고,
수업이 끝나면 여유롭게 친구들과 뛰놀 수 있었다.
담임 선생님은 4학년 때와 마찬가지로 현영 선생님.
학교를 막 졸업하신 선생님이라고 들었다.
도시에서 온 선생님이라 그런지 옷차림도 세련되고,
무엇보다 밝고 건강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아이들 사이에선 “예쁘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누구보다 웃음이 많고, 말씨는 또박또박 맑았다.
현영 선생님은 문희네 집에서 하숙을 하셨다.
문희가 가끔 선생님 얘기를 해줄 때면
난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우리 동네에서 선생님과 한집에서 지낸다는 게 얼마나 특별한 일인가.
문희는 선생님이 자주 책을 읽으신다거나,
밤늦게까지 조용히 앉아 계신다고도 했다.
학교는 여전히 작고 낡았지만,
그 해부터 건물을 새로 짓는지
운동장 한편은 항상 공사 중이었다.
커다란 철근 더미와 회색 시멘트,
노란 헬멧을 쓴 아저씨들이 분주히 오가고
커다란 나무판자들이 쌓여 있는 모습은
우리에겐 그 자체로 모험이자 비밀 공간이었다.
“가지 말라고 했지!”
“공사장 위험해!”
선생님은 늘 그랬지만,
그 말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막진 못했다.
틈만 나면 몇몇 아이들이
공사장 근처로 몰래 갔다.
흙을 만지고, 철근을 만지며
무언가 거대한 것을 짓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가끔은 용현이나 동철이가 담을 타고 올라가려다
“쟤 공사장에 갔어요!”라는 고자질에 선생님께 혼나기도 했다.
나는 겁이 많아서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다.
괜히 그 안에 들어갔다 다치기라도 할까 봐.
하지만 마음 한편은 늘 궁금했다.
지금 짓고 있는 건물이 나중엔 교실이 될까?
내가 중학생이 되어서 돌아올 땐
학교가 달라져 있을까?
수업이 끝나고 나면 우린 당번표대로 저학년 교실 청소를 도왔다.
걸레를 꼭 짜서 책상 사이를 닦고,
비질을 하면서 “우리가 다 컸다”는 느낌을 받았다.
1~2학년 아이들이 우릴 쳐다보는 눈빛이
왠지 모르게 대견하고 우쭐하게 만들었다.
“우리도 저랬을까?”
“지금도 그리 안 컸어.”
농담처럼 주고받던 말들도 지금 생각하면 참 따뜻하다.
세월은 그 시절,
공사장 흙먼지 속에서도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고
우리의 몸과 마음도 함께 자라 가고 있었다.
어느새 난 아침 햇살을 맞으며
학교 가는 길이 즐거워졌고,
친구들과의 대화가 더 기다려졌으며,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가 하루를 반짝이게 만들었다.
그 시절의 우리에겐
반이 나뉜다는 것도,
학교가 커진다는 것도,
청소당번이 된다는 것도
모두 새롭고 특별한 일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작은 변화들이 모여 우리를 자라게 했다.
현영 선생님의 맑은 웃음처럼,
그 시절의 햇살과 먼지가
아직도 마음 한쪽에서 따뜻하게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