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세상과 나 사이

3화 꼬마의 뽀뽀

4부 3화. 꼬마의 뽀뽀

종필이는 장남이었다.

집에 남동생이 여러 명 있었고, 그중 유난히 자주 보던 아이가 하나 있었다.

아직 학교에 들어가기엔 이른, 네 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

작고 통통한 손에, 까만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던, 참 귀엽고 말도 잘 듣는 아이였다.


처음엔 그냥 따라온 건가 했는데,

어느 날부턴가 아예 자연스럽게 교실 안을 돌아다녔다.

교실 안에 들어서면 익숙한 듯 종필이에게 달려와 안겼고

종필이도 아무렇지 않게 자기 자리 옆에 앉혀두곤 했다.

물론 그 자리는, 나와 종필이 사이, 책상 가운데.


조그만 아이가 자주 교실에 나타나는 게 이상할 법도 했지만

아이들은 금방 익숙해졌고

선생님도 한두 번은 뭐라 하시다가,

워낙 얌전하고 조용한 아이인 걸 알고 그냥 두셨다.


그 꼬마는 눈치가 아주 빠른 아이였다.

수업이 시작되면 종필이 옆에 조용히 앉아

손가락으로 책장을 넘기기도 하고,

지루하면 고개를 푹 숙이고 잠시 졸기도 했다.

가끔은 책상 밑으로 기어 다니며 교실을 탐험하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심심함을 달래곤 했다.


내가 그 아이를 예뻐했던 건

말을 조잘조잘하지 않아도

눈빛 하나로 기분을 읽고

내가 피곤해 보이면 다가와 살며시 내 손을 잡고 앉아 있던 순간들 때문이었다.

아이와는 말이 잘 통하진 않았지만,

아이 특유의 따뜻한 체온과 눈웃음은

그 시절 내게 작은 위로가 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쉬는 시간에도 수업시간처럼 조용했던 그 꼬마가

어디선가 기어 와선 내 옆에 앉더니

내 손등에 조그만 입을 맞췄다.

정말 갑작스럽고 느닷없는 일이었다.

나는 깜짝 놀라 손을 빼긴 했지만,

꼬마는 해맑게 웃고선 다시 종필이 옆으로 돌아가 앉았다.


나중에 종필이가 그러더라.

"우리 동생, 누나가 너무 예쁘대.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이랑은 뽀뽀한대."


어느새 얼굴이 빨개졌던 그때.

친구들이 알까 봐, 선생님이 보셨을까 봐

괜히 엉뚱한 데를 바라보며 아무 일도 아닌 척했지만

내 마음은 한참이나 분주했다.


그 꼬마의 뽀뽀는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호감의 표현이었고,

그 작은 입맞춤은

어쩌면 내가 처음 받은, 진심 어린 애정의 제스처였는지도 모른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 꼬마는

지금 어디서 어떤 어른이 되어 있을까.

문득 그날의 포근한 입김이 손등에 다시 느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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