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세상과 나 사이

4화 종필이네. 집에 놀러 간 날

4부 4화. 종필이네 집에 놀러 간 날

어느 날부터인가 방과 후, 난 종필이네 집에 자주 놀러 가게 되었다.

처음엔 내게도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다.

"오늘 우리 집에 놀러 와."

수업이 끝날 무렵이면 종필이는 슬쩍 내 쪽을 보며 눈짓을 했다.

고개를 저으며 거절한 적도 있지만,

몇 번의 권유 끝에 난 결국 그의 집에 따라가게 되었다.


사실 종필이네는 점심시간에 놀러 가도 참 재미있는 집이었다.

우리 반 아이들은 대부분 2교시가 끝나는 쉬는 시간에 도시락을 꺼내 먹곤 했다.

배가 고파서 참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어른들 눈치 안 보고 도시락 뚜껑을 열 수 있는 자유는

아이들에겐 작은 해방처럼 느껴졌으니까.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종필이는 눈으로 신호를 보냈다.

내가 가겠다는 듯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앞장을 섰다.

종필이네는 학교 운동장 쪽 동네에 있었고,

몇 걸음만 걸으면 금세 도착할 수 있었다.


그날따라 유난히 하늘이 맑고 따뜻했던 걸 기억한다.

종필이네 집 마루 위에는 이미 밥상이 차려져 있었고,

그의 네 살짜리 아랫동생은 벌써 숟가락을 들고 밥을 먹고 있었다.


순간 속으로,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이 조그만 아이는 엄마가 차려준 따뜻한 밥을 먹고 있었고,

아무렇지도 않게 "누나, 이거 맛있어!" 하며 나를 향해 웃었다.


밥상 위엔 된장국, 멸치볶음, 가지무침, 그리고 계란말이 같은

익숙하지만 내 도시락 속에선 보기 힘든 반찬들이 놓여 있었다.

밥은 고슬고슬했고, 국은 방금 끓인 듯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식구가 많은 집이라 그런지 따뜻한 온기와 부산함이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낯설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편한 것도 아닌 그 분위기 속에서

나는 조심스럽게 숟가락을 들었다.


종필이는 무심한 듯 젓가락질을 했고,

동생은 내 옆에 앉아 연신 이야기를 걸어왔다.

“누나, 종필이랑 결혼할 거야?”

갑작스러운 말에 나는 놀라 입을 다물었고,

종필이는 아무렇지 않은 척 입가를 씰룩이며 밥만 퍼먹었다.


그날 밥을 먹고, 마당에서 잠시 놀고,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왠지 모를 따뜻함과 아련함을 느꼈다.

누군가의 집, 누군가의 일상 안에

내가 초대된다는 건,

그 아이의 세계 속에 내가 조금은 들어갔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 작은 식탁 위에서 나눈 밥 한 끼는

어쩌면 말보다 깊은 교감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종필이라는 친구를

좀 다르게 보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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