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끝에서 본 세상

17화 백옥 같던 미경언니의. 마지막 여름

《백옥 같던 미경 언니의 마지막 여름》

– 오래된 천조각


언니는 참 예뻤다.

백옥처럼 맑은 얼굴, 조용한 눈빛,

언제나 수줍은 듯 웃고 다정한 말투.


나와 큰언니는 아빠를 닮아 까무잡잡했지만,

작은언니 미경이는 엄마를 꼭 닮아

하얗고 고요한 사람이었다.


**


언니는 어느 여름부터

조용히, 아주 조용히 아프기 시작했다.

기침도, 투정도 없이

그저 말없이 창밖만 바라보곤 했다.


엄마와 아빠는 내게 말했다.

“언니 잘 지켜봐야 해.

어디 혼자 가지 않게.”


나는 다섯 살 작은 두 다리로

언니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논두렁길도, 마당도, 골목도

언니가 가는 곳이면

나는 그 뒤를 졸졸졸 따라갔다.


**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언니는 우물 가장자리를 걷고 있었고

나는 그 뒤를 따랐다.


순간, 언니의 몸이

툭— 하고 우물 속으로 빠졌다.


나는 소리를 질렀다.

“언니가! 언니가 물에 빠졌어요!”


동네 어른들이 달려와

다행히 언니를 꺼내주셨지만,

그날 이후 언니는 더 깊은 병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


아빠는 말했다.

“그 여름, 동네에서 먹은 개고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뒤로 아빠는

그 어떤 개고기도 입에 대지 않으셨다.


엄마는 더 말이 없어졌고

아빠는 담배를 끊고

마당 끝에 오래도록 앉아 계셨다.


**


나는 오래도록 몰랐다.

그 모든 풍경이,

그저 아름다운 유년의 한 장면이 아니었다는 걸.


어릴 적엔 언니의 걷는 모습이

그저 소풍 같다고 생각했었다.

이젠 안다.


그건 떠나기 전,

이 세상을 마지막으로 껴안는

조용한 이별의 걸음이었다는 걸.


**


그리고 오늘도 문득,

어딘가에서 조용한 낭독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하늘이 맑습니다.

산이 푸릅니다.

나는 학교에 갑니다.”


그건 언니의 목소리였다.

내 기억 속 가장 조용하고 깊은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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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18화는

**“미경 언니를 떠나보낸 그 후의 날들”**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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