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백옥 같던 미경언니의. 마지막 여름
《백옥 같던 미경 언니의 마지막 여름》
– 오래된 천조각
언니는 참 예뻤다.
백옥처럼 맑은 얼굴, 조용한 눈빛,
언제나 수줍은 듯 웃고 다정한 말투.
나와 큰언니는 아빠를 닮아 까무잡잡했지만,
작은언니 미경이는 엄마를 꼭 닮아
하얗고 고요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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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어느 여름부터
조용히, 아주 조용히 아프기 시작했다.
기침도, 투정도 없이
그저 말없이 창밖만 바라보곤 했다.
엄마와 아빠는 내게 말했다.
“언니 잘 지켜봐야 해.
어디 혼자 가지 않게.”
나는 다섯 살 작은 두 다리로
언니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논두렁길도, 마당도, 골목도
언니가 가는 곳이면
나는 그 뒤를 졸졸졸 따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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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언니는 우물 가장자리를 걷고 있었고
나는 그 뒤를 따랐다.
순간, 언니의 몸이
툭— 하고 우물 속으로 빠졌다.
나는 소리를 질렀다.
“언니가! 언니가 물에 빠졌어요!”
동네 어른들이 달려와
다행히 언니를 꺼내주셨지만,
그날 이후 언니는 더 깊은 병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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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말했다.
“그 여름, 동네에서 먹은 개고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뒤로 아빠는
그 어떤 개고기도 입에 대지 않으셨다.
엄마는 더 말이 없어졌고
아빠는 담배를 끊고
마당 끝에 오래도록 앉아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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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도록 몰랐다.
그 모든 풍경이,
그저 아름다운 유년의 한 장면이 아니었다는 걸.
어릴 적엔 언니의 걷는 모습이
그저 소풍 같다고 생각했었다.
이젠 안다.
그건 떠나기 전,
이 세상을 마지막으로 껴안는
조용한 이별의 걸음이었다는 걸.
**
그리고 오늘도 문득,
어딘가에서 조용한 낭독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하늘이 맑습니다.
산이 푸릅니다.
나는 학교에 갑니다.”
그건 언니의 목소리였다.
내 기억 속 가장 조용하고 깊은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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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18화는
**“미경 언니를 떠나보낸 그 후의 날들”**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