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끝에서 본 세상

16화. 아빠와 함께 간 야산의 비밀

《아빠와 함께 간 야산의 비밀》

– 오래된 천조각


아빠는 명절이 끝나면

조심스럽게 작은 쟁반에 음식을 담았다.

말없이 마당을 나서면

나는 조용히 그 뒤를 따라나섰다.


집 앞 왼편,

약간 비스듬히 이어진 작은 야산.

아무도 없는 그 길을

아빠는 늘 같은 걸음으로 올랐다.


봉긋하게 솟은 풀밭 위,

이름 없는 나무 아래

아빠는 조심스럽게 쟁반을 내려놓았다.


그곳은,

하늘나라에 먼저 간

언니의 무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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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아빠는 풀 위에 앉아

한참을 말없이 허공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

말없이 아빠를 보았다.

그런데 더는 참지 못하고

용기 내어 물었다.


“왜 언니 무덤은 이렇게 숨어 있어요?”

“왜 엄마는 같이 안 와요?”


아빠는 조용히 입을 떼셨다.


“시집 못 간 자식은…

무덤을 크게 만들지 않아.

엄마도… 몰래 온단다.”


한 문장 한 문장,

아빠의 말은

가슴속 깊은 어딘가를

서서히 울리고 지나갔다.


부모보다 먼저 간 자식,

그 무게를 견디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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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아빠는

조심스럽게 태평소를 꺼냈다.

입김을 불어넣고

가슴속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슬픔을 닮은

그분만의 가락이

야산 위로 천천히 흘러나왔다.


나무도,

바람도,

풀잎도,

모두 그 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울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슬픔을 소리로 듣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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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회차는 17화,

“백옥 같던 미경 언니의 마지막 여름”**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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