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언니가 떠난 후
《언니가 떠난 후》
– 오래된 천조각
미경 언니가 떠난 날,
집 안은 아주 조용했다.
누구도 크게 울지 않았고,
엄마도 아빠도 말이 없었다.
작은 리어카에
하얀 보자기로 덮인 언니가 실렸다.
나는 그 리어카를 따라 골목을 걷고 또 걸었다.
어린 마음에도
언니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
장례가 끝난 뒤,
우리 집엔 다시 라디오 소리도, 웃음도 사라졌다.
엄마는 부엌에서 더 조용해졌고,
아빠는 마당 한편에서 긴 담배를 피우곤 했다.
나는 어느새
말없이 걷는 아이가 되었다.
언니를 따라 걷던 그 걸음을
혼자서 계속 이어가고 있었다.
**
그 후로도
엄마는 자주 작은 쟁반에 음식을 싸셨다.
명절이든 아니든,
조용히 그것을 챙기곤
마당 끝 야산 쪽으로 나가셨다.
아빠는 태평소를 불었다.
슬픔이 묻은 가락으로
언니가 들을 것처럼
조용히, 깊게.
나는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았다.
함께 걷던 언니는 없고
그 빈자리를 안고
우린 모두 조금씩 조용해졌다.
**
하지만 아이는 자란다.
눈물이 말라가고,
웃음도 조금씩 돌아오고,
학교도 가고, 친구도 생기고,
삶은 다시 굴러갔다.
그렇게 세월은 흘렀지만
언니의 자리는
우리 가족 안에서
아무도 채우지 못했다.
**
가끔 나는 꿈을 꾼다.
언니가 마루에 앉아 국어책을 읽고,
나는 그 옆에 앉아 종알종알 따라 읽는 꿈.
꿈속에서 나는 다섯 살이고
언니는 여전히 하얗고, 조용하고, 따뜻하다.
그리고 눈을 뜨면,
마루 끝에 남겨진 바람처럼
언니의 기척이 잠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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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선 지금도
누구 하나 언니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하지만
모두의 마음속엔,
백옥 같던 언니가 아직
아주 조용히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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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19화는
**“다시 돌아온 봄, 그리고 삶의 흐름”**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