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열린 대문 그리고 떨리는 발걸음
22화. 열린 대문, 그리고 떨리는 발걸음
그날,
나는 혼자였다.
언제나처럼 몰려다니던 여자아이들이
이 날따라 다들 먼저 가거나
무슨 일인지 다른 길로 빠졌다.
하굣길이 혼자가 되면
괜히 다른 길로 가보고 싶어진다.
그중에서도
가장 끌리는 곳은 대길이네 집이었다.
---
대길이네는
우리 마을에서 보기 드물게
대문이 크고 묵직한 집이었다.
숲이 집을 둘러싸고 있어
마당 안이 잘 보이지 않았고,
대문은 늘 굳게 닫혀 있었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우리 집처럼 마당이 훤히 보이는 집이 아니라
담장 너머는 언제나
상상으로만 가득했다.
---
그날은 달랐다.
대문이 열려 있었다.
딱 그 순간,
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다.
‘어떡하지?’
망설이며 문 앞에 멈춰 섰는데,
마당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대길이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보다 나이 많아 보이는
여자아이들의 웃음.
대길이네 누나들일 것이다.
고무줄놀이를 하고 있었다.
낮게 늘어뜨린 고무줄 위로
누나들이 번갈아 뛰었고
대길이와 동생은 그 옆에서 뛰어보기도 하고
박수를 치며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쩐지 따뜻하고 부러웠다.
---
나는 용기를 냈다.
작게, 하지만 분명하게 불렀다.
“대길아…”
대길이는 고개를 돌리고
나를 발견하곤 환하게 웃었다.
“어! 너 여기서 뭐 해?”
“그냥… 지나가다 봤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대길이는 내 팔을 잡고
마당 안으로 끌어당겼다.
“잘 왔다. 들어와.”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대길이네 대문을 넘었다.
---
발을 들이자마자
공기부터 달랐다.
큰 감나무가 마당 한복판에 그늘을 드리우고,
항아리 몇 개가 단정히 놓인 모습이
왠지 모르게 근사해 보였다.
누나들은 나를 한번 훑어보더니
다시 고무줄을 튕기기 시작했고,
대길이는 옆에 나무 의자를 당겨주며 말했다.
“여기 앉아. 곧 엄마도 올 거야.”
나는 어색하게 앉았지만
괜히 웃음이 났다.
내가 그렇게 궁금해하던
그 집 마당 한복판에
지금, 내가 앉아 있었다.
---
이후의 이야기는
정말 많다.
대길이의 누나들과도,
그의 동생들과도,
그리고 내 남동생들과도 얽힌
기억의 끈들이 엉켜
하나의 큰 그림이 되었다.
하지만 그건
다음 이야기로 넘기려 한다.
그날의 대문,
그 문이 열려 있던 순간의 떨림.
그게 내 기억 속
작은 용기 하나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