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다시 바라본 우리 마루
24화. 다시 바라본 우리 마루
대길이네 집에서 돌아온 날,
나는 괜히
우리 집 마루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이전엔 그냥 지나치던 풍경들이
이상하게 눈에 걸렸다.
한쪽 구석에는
엄마의 재봉틀이 조용히 놓여 있었고,
그 옆엔 오래된 뒤주 하나가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뒤뜰로 나가는 문,
안방과 작은방의 나무문,
덧마루에는 아빠가 달아놓은
유리 슬라이드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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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루에 가만히 앉았다.
햇살이 무심하게 비치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그날은
햇살이 따뜻하다기보단
조금 싸늘하게 느껴졌다.
이 마루는
우리 집에서 가장 큰 공간이었다.
비록 작고 단출했지만
내 기억 속 추억들은
거의 모두 이곳에서 만들어졌었다.
여름이면
이 마루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엄마가 부채질해 주는 바람을 맞았고,
겨울엔 석유난로 옆에 둘러앉아
군고구마를 나눠 먹으며 웃기도 했다.
그런데
대길이네를 다녀오고 나니
이 마루가 유난히 초라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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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앞마당이 괜히 잡스러웠다.
자잘한 물건들,
고장 난 삽자루와 덜 마른 장작들,
그리고 어디서 굴러들어 온 듯한
양동이 몇 개가 마당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다.
그 흔한 꽃밭 하나 없었다.
“왜 우린 꽃을 심지 않았을까…”
나는 마음속으로
그런 질문을 던졌다.
대길이네 앞마당엔
작은 화단이 있었고
그 곁에 색색의 화분도 놓여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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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빠의 삶이,
그 화단 하나 놓을 틈도
허락하지 않았던 걸까…’
우리 집의 풍경은
그냥 단순한 생활의 흔적이 아니었다.
그건 어쩌면
아빠의 고단함,
우리 가족이 견뎌온 시간의 무게 같은 거였다.
엄마는 틈틈이 꽃씨를 심고 싶어 하셨지만
밭일에 장에, 집안일까지 하느라
그럴 겨를이 없었고,
아빠는 늘
무언가를 고치거나
부엌 구조를 바꾸느라 바쁘셨다.
“이 집은 우리 아빠의 손으로
조금씩 자란 집이었지…”
나는 그제야
조금씩 허전함을 내려놓았다.
대길이네 집은
처음부터 잘 지어진 집이었다면,
우리 집은
아빠의 손길로
하나씩 덧대고, 고치고, 쌓아 올린
삶의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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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날 이후
나는 오래된 우리 마루를
조금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누추하지만
따뜻하고,
단순하지만
단단한 우리 집.
꽃은 없지만
꽃보다 소중한 기억이 가득한
이 집에서
나는 또 다른 꿈을 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