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30분 공부, 10분 쉬기
9화. 30분 공부, 10분 쉬기
이모는 새벽같이 시장에 가셨다.
나는 이모가 차려놓고 간 따끈한 밥상에 오빠와 마주 앉았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미역국, 동태 전, 시금치나물.
서울에서 먹는 첫 아침밥은 소박하면서도 이상하게 따뜻했다.
오빠는 밥을 먹다 말고 조심스레 말했다.
“선영아, 서울 애들은 중학교 들어오기 전에 공부 좀 해.”
“정말 그래?” 나는 젓가락을 멈추고 되물었다.
“응. 여기선 다들 학원 다니고, 진도도 빨라.
나도 처음엔 힘들었는데… 조금씩 하면 괜찮아.”
식사를 마치자 오빠는 자기 방에서 큼직한 종이봉투를 꺼내왔다.
봉투 안엔 오빠가 지난해 썼던 중학교 1학년 교과서와 문제집들이 차곡차곡 담겨 있었다.
나에겐 모두 처음 보는 책이었다.
“오늘부터 이거 하루에 조금씩만 보자.
30분 하고 10분 쉬고. 나도 집중 잘 안 될 때 많아.
같이 하면 좀 나을 거야.”
책상 위에 국어 교과서를 펼쳤다.
‘이 글의 중심 생각은 무엇인가요?’
교과서에 적힌 첫 문장은 마치 나를 향한 질문 같았다.
서울의 속도는 아직 낯설었지만,
책상 옆에 오빠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조금 덜 외로웠다.
창밖은 아직 겨울빛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골목에 쌓인 눈은 회색빛으로 얼어 있었고,
식당 앞을 지나는 사람들 발걸음은 빠르기만 했다.
책장을 넘기며 문장을 소리 내어 읽었다.
‘말과 행동을 통해 인물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나는 그 문장을 조용히 따라 읽으며 생각했다.
서울 사람들은 어떤 마음을 가졌을까?
이모는, 오빠는, 그리고 아직 만나지 못한 내 또래 아이들은?
시골에서는 골목을 나서면 바로 친구들이 있었고,
같은 반, 같은 동네, 다 아는 얼굴들이었다.
여기서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그 낯섦을 견디며 책장을 넘기고 있던 바로 그때였다.
문이 벌컥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