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대문 앞에서

10화. 처음 보는 얼굴들

10화. 처음 보는 얼굴들

“현철아—!”


문을 열고 들어온 건

두 명의 낯선 아이였다.

하나는 목도리를 두른 여자아이,

또 하나는 머리를 질끈 묶은 남자아이.

둘 다 밝은 얼굴로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오빠가 반가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얘가 선영이야. 이번에 우리 집에 왔어.

중학교는 내년에 입학하고.”


“오! 새 식구구나.”

여자아이가 환하게 웃었다.

“난 지유. 옆집에 살아. 너보다 한 살 많아.”


“난 창섭이. 저쪽 골목 살아. 얘네랑 어릴 때부터 붙어 다녔어.”


나는 어색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안녕…”


인사를 건네는 데에도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걸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지유는 내 옆에 털썩 앉더니 내가 읽고 있던 문제집을 휙 넘겨봤다.


“벌써 공부하고 있었어?

나도 중학교 올라가기 전에 이거 봤었는데

국어는 할 만하고, 수학이 진짜 어렵더라.”


“얘네 진도 엄청 빨라.

나도 따라가느라 진짜 고생했어.”

창섭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빠는 웃으며 말했다.


“선영이도 잘할 거야. 지금처럼만 하면 돼.”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는 조금씩 얼어붙었던 마음이 느슨해지는 걸 느꼈다.

낯선 서울에서 처음 보는 또래 얼굴들이

생각보다 훨씬 따뜻하고 편안하게 다가왔다.


창섭이는 과자봉지를 들고 와 식탁 위에 털썩 올려놓았다.


“라면 끓여 먹을까? 오랜만에 우리 집 밥솥 냄새 맡으니까 배고프다.”


나는 웃었다.

그 웃음이 내 안에 있던 두려움을 조금 밀어냈다.


서울의 겨울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누군가 함께 앉아 라면을 먹고 문제집을 넘기고 웃어주는 이 시간이

어쩌면 서울살이의 시작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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