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옆집 언니, 책으로 가까워지다
11화. 옆집 언니, 책으로 가까워지다
지유 언니는 내가 서점에서 사 온 책을 보자마자 눈을 반짝였다.
“어, 너 벌써 하이틴 시리즈 읽어?
요즘 여학생들 사이에 인기 많잖아!
이거 새로 나온 거네?”
나는 책 표지를 슬며시 들어 보였다.
제목은 《그 겨울, 첫눈처럼》.
표지는 털모자를 눌러쓴 소녀가 고개를 돌린 채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 집에 하이틴 시리즈 많아.
엄청 모았거든. 이거 다 읽고 나한테 좀 빌려줘.
나도 이거 궁금했는데 아직 못 읽었어.”
“언니도 이런 책 좋아해요?”
“완전! 내가 좋아하는 책 너도 좋아하니까 왠지 반갑다.”
지유 언니가 환하게 웃었다.
그 웃음에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렸다.
우리는 같은 책을 좋아했고, 같은 시기를 살고 있는 소녀들이었다.
나는 얼른 책을 내밀었다.
“지금 가져가요. 이거 다 읽고 돌려주세요.”
“고마워! 그러면 우리 집 갈래? 하이틴 시리즈 보여줄게.”
언니는 내 손목을 툭 잡고 문을 나섰다.
오빠에게 말이라도 하고 나가려 했는데,
언니가 먼저 말했다.
“괜찮아, 바로 옆집인데 뭐. 금방 돌아올 거야.”
정말로 바로 옆집이었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은, 똑같이 생긴 구조의 집.
이모네 집보다 조금 더 오래된 느낌이 났지만
어딘지 더 따뜻해 보였다.
지유 언니네 집에 들어서자
낯선 집 특유의 냄새가 났다.
약간의 고무장갑 냄새, 밥 냄새, 오래된 책 냄새가 섞인
생활의 냄새였다.
“여기야. 우리 방.”
지유 언니는 선유 언니랑 같은 방을 쓴다 했다.
선유 언니는 고등학생이라서 그런지 책상이 두 개였고
벽에는 여러 가지 일정표랑 영어 단어들이 붙어 있었다.
“언니는 낮에 도서관가 있어. 아침부터 공부하느라 바빠.”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방 안 책장 한 칸이 온통 하이틴 소설로 가득 차 있었다.
“이쪽은 연애물, 이건 우정 이야기, 저건 약간 판타지 섞인 거야.”
지유 언니는 하나하나 설명을 곁들이며 책을 소개해줬다.
책등마다 하트 스티커나 형광펜으로 그어둔 표시들이 있었다.
그 안에는 언니의 감정이 담겨 있는 듯했다.
“이거부터 읽어봐. 《은하수 다방》.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야.
다 읽고 감상 얘기해 주기~ 약속!”
나는 책을 두 손으로 받았다.
하이틴 소설 한 권이, 그렇게 우리 사이를 이어주고 있었다.
그날, 지유 언니네 방에서 나는 처음으로
‘서울에서 친구가 생겼다’는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