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대문 앞에서

14화. 처음 앉은자리, 처음 듣는 목소리

14화. 처음 앉은자리, 처음 듣는 목소리

오빠는 고등학생이 되더니 매일 밤 10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왔다.

학교 끝나고 도서관에 들렀다가 집에 오면 지쳐 보였다.

내가 오빠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아침 등굣길뿐이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도 속마음을 털어놓는 건 쉽지 않았다.


“잘 다녀와, 선영아.”

“응, 오빠도…”


말끝이 늘 짧았다.

서로 무슨 말을 더 붙여야 할지 몰라

그냥 인사만 주고받고 각자의 길로 걸어갔다.


중학교 교실은 어색하고 낯설었다.

모든 여학생들은 이미 알고 지내던 사이처럼 보였다.

각자 자리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오랜만이야’, ‘방학 때 뭐 했어?’ 같은 말을 나누고 있었다.

나는 그런 대화의 바깥,

복도 쪽 창가에서 교실을 바라보는 아이처럼 느껴졌다.


다행히,

이모네 식당에서 본 적 있던 아이 몇 명이 눈에 띄었다.

또, 동네 어귀에서 마주친 적 있는 얼굴도 몇 있었다.

그 낯익음이 나에겐 작은 숨구멍이 되었다.


가방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너네 집, 삼거리 분식집이지?”


나는 깜짝 놀라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분홍색 머리띠를 한,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었다.


“응… 우리 이모 가게야.”

내가 조심스럽게 대답하자

그 아이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나 너 몇 번 봤어. 국수 먹는 거.”


나는 피식 웃었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 이모네 식당에서

유독 쳐다보던 아이가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나는 윤하야. 여기 2반. 너는?”


“선영이. 3반.”


“오, 우리 반 옆이네!”


그 아이는 자리에 앉기도 전에 주변 아이들과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러면서도 나에게 시선을 한 번 더 주었다.

“쉬는 시간에 놀러 와.”


그 말 한마디가 교실의 온도를 살짝 낮췄다.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이 아이가 나를 봐줬구나’ 싶은 안도감이 들었다.

여전히 교실 안의 소음은 익숙지 않았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내 이름을 알고,

내가 있는 곳을 기억해 주는 이곳에서

나도 조금은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어깨가 조금 움츠러들었고,

책상 서랍을 열 때 손끝이 서툴렀지만

하루하루가 조금씩 익숙해지리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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