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대문 앞에서

13화. 졸업식, 전화기 너머로

13화. 졸업식, 전화기 너머로

오빠의 졸업식은 조용히 지나갔다.

이모도 바빴고, 오빠 역시 별다른 표정을 짓지 않았다.

나는 문득, 내 졸업식이 떠올랐다.


졸업식이 열리던 날, 나는 서울에 있었다.

그날 학교 운동장에 서 있었을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윤숙이, 광선이, 원경이...

모두 내 옆에 있었던 아이들.

책상에 낙서를 남기고, 종이꽃을 가슴에 달고,

교실을 한 바퀴 둘러보며 웃고 또 울었을 그 아이들.


하지만 나는, 그 자리에 없었다.


엄마가 전화를 주셨다.

“졸업장은 내가 받아 왔어. 담임 선생님이 선영이 생각 많이 하셨다더라.”


졸업장을 엄마 손에 맡긴 채,

나는 고개만 끄덕였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는 다정했지만,

내 귓가엔 친구들의 목소리가 더 생생하게 맴돌았다.


그날 밤, 어렵게 동전을 모아

가게 앞 공중전화로 향했다.

작은 동전통 안을 더듬어가며

하나씩 넣고, 수화기를 들고,

숫자판을 또박또박 눌렀다.


첫 번째는 윤숙이.

“어? 선영이야? 너 진짜 왜 안 왔어!

진짜 서운했잖아.”


나는 말끝을 흐리며

“미안… 나 서울 온다고… 그날은…”

하고 겨우 말을 잇고,

광선이, 원경이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너 없어서 이상했어. 다들 너 찾았는데…”


“우리 언제 보냐? 나중에 꼭 놀러 와.”


하지만 통화는 늘 짧았다.

이모네 식당 전화기를 쓰는 건 미안했고,

공중전화는 늘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친구들은 집에 있는 시간이 들쑥날쑥했다.

몇 번 허탕을 치고 나니

어느샌가 전화 걸기도 주저하게 됐다.

마음은 보고 싶은데,

말로는 그 마음을 다 전할 수 없는 날들이 이어졌다.


점점,

전화번호는 그대로인데

말 걸 자신이 사라졌다.

‘이젠 너무 멀리 와버린 건 아닐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나는 가끔 그 아이들과 나란히 앉아

졸업식 사진을 찍는 상상을 했다.

이름을 부르면 “네!” 하고 대답하고

교실을 둘러보며 손을 흔들고

붉은 트레이닝복 위에 흰색 꽃을 단 채

서로의 등을 두드리는 그 장면을.


그날 이후,

나는 공중전화 앞에서

좀처럼 수화기를 들지 못했다.


보고 싶은 친구들의 이름을

속으로만 불렀다.

윤숙아, 광선아, 원경아…

잘 지내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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