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윤하의 목소리, 하영이의 말
15화. 윤하의 목소리, 하영이의 말
윤하는 밝은 아이였다.
내가 시골에서 전학 왔다고 하자,
그 아이는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우리 동네 사는 친구야, 얘.
삼거리 분식집 알지? 거기 형철이 오빠 이종사촌이래.”
윤하는 내 반 친구들에게 그렇게 소개하곤
“잘해줘, 알았지?” 하고 장난기 섞인 말까지 덧붙였다.
그리고는 옆 반으로 바쁘게 걸어가 버렸다.
그 순간, 교실 안의 시선이 스르륵 나를 향해 쏠렸다.
낯선 이목이 한꺼번에 몰리자
나는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아, 너무 튀는 건 아닌데…’
그때 옆자리에 앉은 하영이가 슬쩍 말을 걸었다.
“형철 오빠 동생이야?”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오빠 맞아. 이종오빠.”
하영이는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오빠, 국민학교 때 학생회장이었잖아.
그 동네 애들 다 알걸?
삼거리 분식집 이모가 그 얘기 며칠 전에 떠들었대.”
나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형철 오빠가 그렇게 유명했나 싶어 살짝 놀랐고,
이모가 그 얘기를 여기저기 하고 다녔다는 말에
얼굴이 조금 뜨거워졌다.
“우리 언니도 형철 오빠 알던데?
잘생겼다고… 진짜 공부 잘하고 인기 많았다고 했어.”
하영이 말에 주변 아이들이
“맞아, 형철 오빠 알지~”
“옛날에 축제 때 사회도 봤잖아.”
하고 하나둘 말을 보탰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교과서만 뒤적였다.
어색한 기색이 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던 것 같다.
그랬더니 하영이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쑥스러울 거 없어.
넌 그냥 선영이잖아.
오빠랑은 별개야.”
그 말에 조금 마음이 놓였다.
윤하가 시작해 준 연결,
하영이가 다정하게 다듬어준 말들 속에서
나는 조금씩 자리를 찾고 있었다.
이곳 교실은 여전히 낯설고
내 말투는 서울 애들처럼 빠르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오늘은,
그리 낯설지 않은 하루로 남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