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셋이서 걷는 길
17화. 셋이서 걷는 길
그날 오후, 윤하가 우리 반으로 들어왔다.
교과서를 정리하고 있던 내 앞에 와선
손등으로 책상 모서리를 툭 치며 말했다.
“하영이랑 나랑, 너 기다렸어. 이제 하교는 우리 셋이서 같이 하는 거다, 알았지?”
하영이도 내 가방을 슬쩍 들어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동네 같은 방향이잖아. 같이 가자.”
나는 그 말이 그렇게 기쁠 줄 몰랐다.
가끔은 아무렇지 않은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하루를 바꾸기도 하니까.
세 사람의 발걸음이 나란히 정문을 나섰다.
학교 앞 골목길, 오후의 햇빛이 교복 주름에 반사되어 반짝였다.
길모퉁이를 돌아 정류장 쪽으로 향하다가
윤하가 말했다.
“선영아, 문방구 들렀다 가자. 정류장 앞에 있는 큰 데 있거든.
우리 반 애들도 다 거기 가.”
동네에서 제일 크다는 그 문방구는
입구부터 손때 묻은 유리문이 반짝였고,
안에는 온갖 예쁜 문구들이 반짝이며 줄지어 있었다.
카드지갑, 사각 지우개, 플라스틱 연필깎이,
그리고 빼곡히 꽂혀 있는 카세트테이프 진열대.
“와…”
나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시골 작은 문방구와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었다.
윤하는 바로 테이프 코너로 달려가
손가락으로 제목을 짚었다.
“나 이거 샀어. 서태지와 아이들 2집. 완전 명곡이야.”
하영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하여가’ 들어봤어? 난 가사 외울 정도야.”
나는 조심스레
“TV에서만 봤어… 잘 몰라…”
라고 말했지만, 사실 조금 부끄러웠다.
서태지 이야기를 친구들이 이리도 열정적으로 하는 줄 몰랐다.
“그럼 우리 집에 놀러 와. 내가 틀어줄게.”
윤하의 눈이 반짝였다.
하영이는 금세
“우리 셋이 같이 서태지 듣자~”
하며 손을 흔들었다.
문방구를 나서면서,
우리는 서로 손등에 붙인 스티커를 자랑했고,
누가 제일 귀여운 연필을 골랐는지,
서로 얘기를 나누며 깔깔 웃었다.
하굣길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길 옆 가로수에 비치는 햇살도,
버스 정류장 앞에 선 바람도,
모두 셋이서 걷는 길에 스며 있었다.
나는 지금,
서울이라는 낯선 도시에서
비로소 내 자리를 조금씩 찾아가고 있17화. 셋이서 걷는 길
그날 오후, 윤하가 우리 반으로 들어왔다.
교과서를 정리하고 있던 내 앞에 와선
손등으로 책상 모서리를 툭 치며 말했다.
“하영이랑 나랑, 너 기다렸어. 이제 하교는 우리 셋이서 같이 하는 거다, 알았지?”
하영이도 내 가방을 슬쩍 들어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동네 같은 방향이잖아. 같이 가자.”
나는 그 말이 그렇게 기쁠 줄 몰랐다.
가끔은 아무렇지 않은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하루를 바꾸기도 하니까.
세 사람의 발걸음이 나란히 정문을 나섰다.
학교 앞 골목길, 오후의 햇빛이 교복 주름에 반사되어 반짝였다.
길모퉁이를 돌아 정류장 쪽으로 향하다가
윤하가 말했다.
“선영아, 문방구 들렀다 가자. 정류장 앞에 있는 큰 데 있거든.
우리 반 애들도 다 거기 가.”
동네에서 제일 크다는 그 문방구는
입구부터 손때 묻은 유리문이 반짝였고,
안에는 온갖 예쁜 문구들이 반짝이며 줄지어 있었다.
카드지갑, 사각 지우개, 플라스틱 연필깎이,
그리고 빼곡히 꽂혀 있는 카세트테이프 진열대.
“와…”
나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시골 작은 문방구와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었다.
윤하는 바로 테이프 코너로 달려가
손가락으로 제목을 짚었다.
“나 이거 샀어. 서태지와 아이들 2집. 완전 명곡이야.”
하영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하여가’ 들어봤어? 난 가사 외울 정도야.”
나는 조심스레
“TV에서만 봤어… 잘 몰라…”
라고 말했지만, 사실 조금 부끄러웠다.
서태지 이야기를 친구들이 이리도 열정적으로 하는 줄 몰랐다.
“그럼 우리 집에 놀러 와. 내가 틀어줄게.”
윤하의 눈이 반짝였다.
하영이는 금세
“우리 셋이 같이 서태지 듣자~”
하며 손을 흔들었다.
문방구를 나서면서,
우리는 서로 손등에 붙인 스티커를 자랑했고,
누가 제일 귀여운 연필을 골랐는지,
서로 얘기를 나누며 깔깔 웃었다.
하굣길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길 옆 가로수에 비치는 햇살도,
버스 정류장 앞에 선 바람도,
모두 셋이서 걷는 길에 스며 있었다.
나는 지금,
서울이라는 낯선 도시에서
비로소 내 자리를 조금씩 찾아가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