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돼지밥 나르던 큰언니
《오래된 천조각》 24화
〈돼지밥 나르던 큰언니〉
우리 집 마당 끝 사랑채 뒤편에는
돼지우리가 있었다.
두 마리에서 셋, 넷으로 늘어나던 돼지들은
아침이면 꿀꿀 소리를 내며
우리들의 하루를 먼저 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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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밥은 쉽게 생기지 않았다.
엄마는 하루 세끼 식사 후
남은 밥풀과 채소 자투리를
대야에 모아 두셨고,
그 위에 쌀겨를 섞고,
우물물에 불린 지게미를 부었다.
그걸 나무주걱으로 휘휘 저어
끓는 가마솥에 부으면
냄새 진한 돼지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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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밥은
큰언니 미자가 담당했다.
고무장화를 꿰차고
양은 바가지 가득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돼지밥을 들고
비탈진 마당 끝으로 향했다.
내가 한창 언니를 따르던 때,
나는 돼지우리 앞에서
늘 그 풍경을 지켜보았다.
“됐다, 물러서 있어.”
언니는 내 머리를 가볍게 밀어내곤
돼지밥을 힘껏 쏟아부었다.
그러면
돼지들은 앞발을 쿵쿵 구르며
다투듯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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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돼지밥을 주고 나면
가마솥을 다시 닦고,
남은 재를 걷어내고,
지게미 자루를 접어두었다.
그 모든 동작이 익숙했고
빠르고 정확했다.
“언니, 안 힘들어?”
내가 묻곤 했지만
언니는 고개만 까딱할 뿐
한 번도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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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몰랐다.
그게 사랑이었다는 걸.
말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던 언니,
더운 날에도 앞치마를 두르고
집안일부터 마당일까지 척척 해내던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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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돼지밥 냄새가 스멀스멀 떠오르면
나는 그 커다란 대야를 안고 걷던
언니의 뒷모습이 생각난다.
땀이 이마를 타고 흐르던 그 얼굴,
무거운 바가지로도 흐트러지지 않던 걸음.
그게 바로
우리 집 큰언니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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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천조각》 24화
〈돼지밥 나르던 큰언니〉
말 대신 움직였던 언니의 사랑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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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살아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