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끝에서 본 세상

25화 탬버린

《오래된 천조각》 25화

〈탬버린〉


“다음 주까지 탬버린 준비해 오세요.”

선생님 말씀이 끝나자

교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미숙이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러나 마음은 무거워졌다.

그 시절, 우리 집엔

탬버린은커녕

고무줄 하나, 신발끈 하나도

마음대로 살 수 없던 때였다.


**


아빠는 농번기라

새벽마다 논으로 나가셨고

엄마는 밭일과 집안일을

하루 종일 멈추지 않았다.


그 무렵엔

입던 옷을 덧대어 기우고,

구멍 난 고무신을 꿰매 신었다.

새 물건을 산다는 건

정말 큰일이었다.


**


그래서 미숙이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탬버린 사주세요”

그 말을 할 용기가 없었다.


대신, 방에 들어가

손으로 책가방을 꾹 누르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마음이 탱탱 얼어붙은 풍선처럼

부풀었다, 줄었다, 다시 쪼그라들었다.


**


며칠 뒤였다.

학교에서 돌아온 미숙 앞에

엄마가 조심스럽게 내민 건

반짝이는 은색 테두리의 탬버린이었다.


“그거… 삼촌한테 얻었다.”

엄마는 바쁘게 손을 털며

무심한 척 말을 던졌지만,

미숙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 탬버린은

새것이었다.


그리고 분명,

엄마가 먼 읍내까지 가서

가게를 몇 군데씩 둘러보고

기웃거리며 손에 쥐어온 것이었다.


**


연습시간,

교실에 찰랑찰랑 탬버린 소리가 퍼질 때

미숙이의 손끝에서도

빛이 났다.


그 소리 속엔

엄마의 발걸음이 담겨 있었고,

그 침묵 속엔

딸을 위한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


**


지금도 탬버린 소리를 들으면

그날의 햇살,

선생님의 박수,

그리고 엄마의 말 없는 사랑이

조용히 귓가에 울린다.


**


“너무 흔들면 고장 난다.”

엄마는 말했지만

미숙은 매일매일

그 탬버린을 꺼내 흔들었다.


찰랑, 찰랑,

그건 그냥 악기가 아니었다.

엄마의 손끝에서

건네받은 마음이었다.



---


《오래된 천조각》 25화

〈탬버린〉

말 없는 사랑이 악기 하나에 담기던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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