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0화: 윤하의 오디션 날
제60화: 윤하의 오디션 날
토요일 아침, 평소보다 훨씬 일찍 눈이 떠졌다.
윤하가 오늘 드디어 오디션을 보러 가는 날이었다.
지난 한 달 동안 우리는 체육관이며 음악실을 빌려가며 윤하의 연습을 지켜봤다.
하영이와 나는 거의 매일같이 "잘했어", "좀 더 힘줘봐", "이번엔 진짜 가수 같았어"라며 온갖 칭찬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오전 10시,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윤하는 평소보다 훨씬 말이 없었다. 머리는 단정하게 묶고, 깨끗한 흰 블라우스에 청바지, 하얀 운동화 차림이었다.
평범한 옷차림인데도, 윤하에겐 왠지 무대 의상처럼 보였다.
"우리 윤하, 오늘 데뷔하는 거 아니냐?"
하영이가 웃으며 말하자 윤하가 긴장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제발… 떨려 죽겠는데 장난치지 마…."
나는 윤하 손에 조그만 손거울을 쥐여주었다.
"다 부르기 전에, 이걸로 한 번 얼굴 보고 심호흡해. 너 진짜 예뻐. 진짜야."
오디션 장소는 대학로 소극장 안에 마련된 연습 스튜디오였다.
당시 서울의 소극장 문화는 한창이었고, 그 열기만큼이나 수많은 청소년들이 꿈을 안고 이 골목으로 모였다.
좁은 골목마다 레코드 가게와 분식집, 옷가게 사이로 ‘○○기획 공개 오디션’이라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진짜 많다…"
하영이가 주변을 둘러보며 작게 감탄했다.
실제로 오디션 대기실에는 우리 또래의 소녀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누군가는 이어폰을 낀 채 눈을 감고 있고, 누군가는 벽에 대고 스트레칭을 했다.
윤하는 긴장한 듯 입술을 꽉 깨물고 가방을 부여잡고 있었다.
"윤하야."
내가 윤하의 손을 꼭 잡았다.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는 부럽게 생각할 거야. 넌 여기까지 왔고, 그게 얼마나 용기 있는 일인지 알아?"
하영이도 다가와 윤하의 어깨를 툭툭 쳤다.
"노래는 이미 충분히 잘해. 무대 위에서는 네가 제일 멋져. 진심이 전해지면 돼."
잠시 후, 진행자가 윤하의 이름을 불렀다.
"이윤하 님, 준비되셨으면 안으로 들어오세요."
윤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한 번 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문 안으로 들어갔다.
하영이와 나는 문 앞 벽에 등을 대고 앉아 조용히 기다렸다.
시간은 3분 같기도 했고, 30분 같기도 했다.
"나 괜히 내가 심장 터질 것 같아…"
하영이가 귓속말로 말했다. 나도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문틈으로 윤하의 목소리가 작게 흘러나왔다.
"… 그대 떠난 이 밤에… 아무도 모르게 울고 있죠…"
윤하의 목소리는 맑고 단단했다.
작은 공간 안에서도 가득 차게 울려 퍼졌고, 그 순간 나는 이상하게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문이 다시 열리고, 윤하가 나왔다.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고 눈가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윤하야!!"
우리가 달려가자 윤하가 울면서 웃었다.
"망친 것 같기도 하고… 잘한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어… 근데…"
윤하는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
"무대에 서니까… 진짜, 나 같았어. 이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는 거… 확실히 알겠더라."
나는 윤하를 꼭 안아주었다.
하영이도 같이 팔을 뻗어 우리 셋은 한참을 그렇게 서 있었다.
그날 저녁, 분식집에 들러 떡볶이와 어묵을 시켰다.
윤하는 어느 때보다 많이 웃었다.
비록 결과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오늘 윤하는 무대에 섰고, 꿈을 향해 한 걸음을 뗐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리고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우리 셋 중 누가 먼저 어른이 될까?
누가 먼저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살아갈까?
하지만 오늘만큼은, 우리 모두 조금씩 꿈에 가까워졌다.
그게 가장 소중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