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대문 앞에서

제61화: 우리들의 꿈

제61화: 우리들의 꿈

윤하의 오디션이 끝나고 며칠이 지났지만, 그날의 여운은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었다.

그날, 윤하가 무대에서 노래하던 순간을 떠올릴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쿵쿵 뛰었다.

어쩌면 우리 셋 중 누가 가장 먼저 ‘어른’이 되는 걸까,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주말 오후, 동네 도서관 구석진 창가 자리에 모여 앉아 우리는 각자 가져온 책을 펼쳐놓고 공부를 하다가, 문득 하영이가 말했다.


“선영아, 넌 커서 뭐 하고 싶어?”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노트 귀퉁이에 적어두었던 글귀를 떠올렸다.

‘세상의 이야기를 쓰고 싶은 사람.’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어,” 내가 말했다.

“사람들 사는 이야기, 웃기고 슬프고 다 담겨 있는 그런 거. 나도 그런 이야기 쓰고 싶어.”


하영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럴 줄 알았어. 너 글 진짜 잘 쓰잖아. 감정도 섬세하게 잘 담고.”


나는 웃으며 되물었다.

“하영이는? 넌 뭐 되고 싶은데?”


“나는… 교수?”

하영이는 조금 쑥스럽게 말했다.

“사람들 가르치는 게 좋아. 너한테 문제 설명해 줄 때도 그렇고, 나 스스로도 정리되는 느낌이 들어.”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이었다. 하영이는 수업 중 내가 놓친 부분이나 이해 안 되는 문제를 아주 쉽게 풀어서 설명해 줬다.

나는 늘 '어렵다'라고 느끼던 수학 문제도, 하영이는 웃으며 "이건 이렇게 바꾸면 쉬워져"라며 다른 각도로 생각하게 해 줬다.


“나랑 같은 시간에 공부했는데, 넌 왜 전교 3등이고 나는 간신히 중간일까…?”

내가 한숨을 쉬며 말하자, 하영이는 웃었다.

“그건 네가 잘하는 걸 모아서 안 쓰고 있어서 그래. 글쓰기도, 독해도 잘하면서도 시험에선 그냥 넘기잖아.”


“그래도 너처럼 머리 좋은 애는 따로 있는 거 같아.”

내가 중얼거리자 하영이는 조용히 내 팔을 툭 쳤다.

“머리 좋은 게 아니라, 습관이 다른 거야. 너는 창의적인 쪽에 더 잘 맞고, 나는 규칙적인 걸 좋아하니까.”


그때, 윤하가 도서관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들어왔다.

검은 비니를 눌러쓴 윤하는 목도리 끝을 손에 쥔 채 조심조심 걸어왔다.


“늦었지?”

윤하는 앉자마자 우리에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 기획사에서 전화 왔어. 다음 라운드로 오디션 다시 보래.”


우리는 동시에 “진짜?” 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윤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럼 윤하는 이제 진짜 가수가 되는 거야?”

하영이가 물었다.


“아직은 몰라… 하지만 한 걸음은 뗀 거지.”

윤하는 그렇게 말하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우리 셋은, 조용히 각자의 꿈을 되새겼다.

드라마 작가, 교수, 가수.

모두 너무 멀고도 막막해 보이지만, 지금처럼 서로 응원하면서 걸어간다면…

조금은 가까워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창밖에는 초겨울 햇살이 스며들었다.

희미하지만 따뜻한 그 빛처럼, 우리 마음속에도 저마다 다른 꿈 하나씩, 조용히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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