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대문 앞에서

제62화: 아주 조금, 앞으로

제62화: 아주 조금, 앞으로

겨울이 지나고 봄기운이 살며시 번져오던 3월 말, 우리 셋은 작게, 그러나 분명히 달라져 있었다.

윤하는 오디션 이후 달라진 일정 속에서도 학교생활을 최대한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레슨과 연습으로 피곤해 보일 때도 있었지만, 윤하는 늘 웃었고, 더 단단해진 눈빛을 갖고 있었다.


“너무 힘들면… 좀 쉬어도 돼,”

하영이가 어느 날 체육 시간 뒤 복도로 따라 나오며 조심스럽게 말했을 때,

윤하는 잠깐 눈을 감았다가 대답했다.

“힘든 건 맞는데… 행복한 것도 맞아. 그래서 괜찮아.”


하영이는 그런 윤하를 진심으로 존경한다고 말했다.

“넌 정말 네가 원하는 걸 위해 가고 있는 것 같아서 멋져.”

윤하는 수줍게 웃으며 “그래도 니들 없으면 못 버텼을 걸…” 하며 손등을 톡톡 쳤다.


하영이도 조금 변했다.

전에는 공부가 전부처럼 보였던 하영이가, 요즘엔 후배들의 질문을 받아주고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중간고사가 끝난 뒤, 같은 학년의 친구들이 모여 ‘과외 선생님’처럼 하영이에게 질문을 하는 모습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었다.

“선영아, 나도 교사 말고 교수 말고 그냥… 누군가를 가르치는 사람이면 좋을지도 몰라.”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영이는 정말 ‘나누는 법’을 아는 아이였다.


나는…

나는 아직도 시험 점수에 울고, 수학 문제에 주눅 들 때가 많았지만, 그래도 매일 글을 썼다.

일기, 소설, 짧은 글.

도서관 구석 자리에서, 혹은 자율학습 끝나고 교실에 남아.

담임 선생님이 내 글을 읽고 학교 문예지에 내보자고 한 날, 난 세상이 바뀐 것처럼 기뻤다.

“작가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가까운 데에 있을지도 모르겠는걸.”

선생님의 그 말이, 며칠 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우리 셋은 여전히 서로를 챙기고, 응원하고, 농담하며 길을 걸었다.

윤하는 연습이 없는 날이면 무조건 학교에 왔고, 하영이는 언제나 내 곁에서 공부를 함께했고,

나는 작지만 확실한 꿈 하나를 매일 글로 옮겼다.


우리는 그렇게, 아주 조금.

하지만 분명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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