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논이 된 바다 천국이 된 마루
우리 집은 남양만에 위치한 작은 시골 동네다
집에서 갯벌이 보였던 야산이 동네를 감싸 안은 듯한 조용하고 바람 잘 불고
노을이 너무 아름다워 노을 속에 빠지고 싶도록 아름다운 마을이다.
갯벌이 바다로 보였던 내 기억은 어느 순간부터 함초가 가득 찼고,
작은 꽃게가 득실득실했다.
엄마와 큰언니, 동네 사람들은 그 작은 꽃게를 대야 한가득 주웠다.
그 큰 놀이터에서 짠내 나는 함초를 이리 살피고 저리 살피며 달리기도 맘껏 했었다.
몇 해가 바뀌고 그곳은 논이 되었다.
아빠랑 우리 가족은 작은 꽃게를 잡던 그 넓은 장소에 벼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것이 국민학생 때부터인 듯하다.
논 우리 집 앞은 바다에서 논으로 변한 커다란 앞마당을 가지게 되었다.
우리 집에선 안 보였지만 그 큰 논 옆은 큰 호수 같은 강이 되었다.
우리 집 마루에서 바라보는 하늘과 논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시간마다 변했던 그 아름다운 하늘과 대지.
계절이 네 번이 아니라 열두 번쯤은 변하는 듯한 아름다움.
난 우리 집 마루에 눕거나 앉아서 한참을 그 아름다운 모습을 눈에 저장하려 애썼다.
내가 바라보는 우리 마을은 천국이었다.
우리 동네는 나와 나이가 같은 친구는 없었다.
그러나 스무 명쯤 되는 또래 아이들이 있었다.
위로는 나보다 나이 많은 동네 친구들과는 어울려 놀지 못했다.
다 나보다 네댓 살까지 아래 동생들과 온 동네를 휘저으며 놀았다.
아무리 기억을 되찾아봐도 나보다 나이 많은 친구는
국민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함께 놀지 못했던 듯했다.
남동생 둘을 내가 데리고 다녀야 해서였을 듯하다.
한집 걸러 이웃은 거의 먼 아빠의 외가댁이라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며 솥꼽놀이도 하고, 술래잡기도 하고,
총싸움, 칼싸움… 놀이란 놀이는 다 했었다.
그래도 하루가 모자랐다.
상숙이, 정숙이, 현미.
난 일곱 살, 상숙인 여섯 살, 현미는 다섯 살, 정숙은 네 살.
정숙이만 빼고 우린 친척이었다.
멀리서 친척이 오면 셋은 친척에게 가서 절을 하고
외부에서 온 친척들 이야기를 재미나게 듣곤 했다.
넷이선 매일매일 놀았다.
우리 매일 잠깐씩 돌아가며
정숙이네 사랑방, 현미네 사랑방, 우리 건넌방, 다시 현미네 사랑방…
어른들이 안 계신 낮에 실컷 놀았다.
그중 우리 집이 제일 허술하고 작고 초라했지만,
아빠의 슬픔을 알고 있었기에 괜찮았다.
《마루 끝에서 본 세상》 2화 예고
“케이크란 걸 처음 본 날,
달콤함보다 낯섦에 더 떨렸던 기억이 있어요.”
상숙이네 마루에서 열린 작은 생일잔치.
손바닥보다 작은 케이크 하나에
동네 아이들의 눈은 반짝였고,
엄마들의 손엔 기름내와 설렘이 섞여 있었죠.
마루 끝에서 처음 맛본 ‘도시의 단맛’—
그날의 케이크는 지금까지도 마음속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상숙이의 웃음, 엄마들의 정성, 그리고 생애 첫 케이크 이야기.
2화는 수요일 오늘저녁 6시,
브런치에서 공개됩니다.
"《오래된 천조각》은 황미순 작가의 유년기 기억을 따라가는 감성 단편 에세이 연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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