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상숙이네 마루와 첫 케이크
상숙이, 정숙이, 현미는 내 또래 중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였다.
난 일곱 살, 상숙이는 여섯 살, 현미는 다섯 살, 정숙이는 네 살이었다.
정숙이만 빼고 우리는 친척이었다.
멀리서 친척이 오면 셋은 친척에게 가서 절을 하고,
외부에서 온 친척들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듣곤 했다.
우리는 넷이서 매일매일 놀았다.
우리 매일 잠깐씩 돌아가며
정숙이네 사랑방, 현미네 사랑방, 우리 집 건넌방, 다시 현미네 사랑방을 돌며,
어른들이 없는 낮 시간에 실컷 놀았다.
우리 집은 셋 중 가장 허술하고 작고 초라했지만,
아빠의 슬픔을 알고 있었기에 괜찮았다.
상숙이네 집은 동네 이장 집이었다.
상숙이 아버지는 면사무소 일들을 도맡아 하셨는데,
면사무소도 엄청 멀었기에 동네 사람들은 모두 상숙이 아버지를 존경했다.
상숙이는 막내딸이라 그런지 옷도 예쁘게 입고,
마루에는 인형이 두세 개 놓여 있었다.
집안 마루 벽에는 서랍문들이 벽면을 꽉 채우고 있었는데,
그 공간이 나는 너무 부러웠다.
상숙이 할머니는 언제나 고우셨고,
반짝반짝 예쁘게 집안을 쓸고 닦으셨다.
마당 우물가도 아름답게 꾸며 놓으셨는데, 나는 그 모습이 너무 부러웠다.
그 집에서 처음으로 케이크를 먹어 보았다.
아침에 놀러 갔을 때, 상숙이 할머니가 나를 부엌으로 부르셨다.
상숙이와 나는 할머니가 부엌에서 잘라 주신 케이크 한 조각을
미숫가루와 함께 마루에 앉아 조심스레 맛있게 먹었다.
상숙이네 부엌은 너무 깔끔했다.
그 시절에 어찌 그리 깔끔했는지, 난 늘 신기했다.
상숙이네 마당에 예쁘게 잎이 무성한 포도 넝쿨도 정말 갖고 싶었다.
상숙이네 집에 다녀오면,
우리 집엔 할머니가 없어 썰렁했고,
우물가도 너무 초라해서 늘 마음 한편이 허전했다
《4화 – 현미네 집, 동네 모임의 풍경》
“어른들의 이야기와 웃음은
밤이 깊을수록 더 커졌어요.”
현미네 집은 동네의 작은 회관 같았어요.
고무줄 바지에 털실 조끼를 입은 엄마들이 모여
된장찌개에 고구마를 나눠 먹고
숨죽인 수다는 때로 아이들보다 더 천진했죠.
아이들의 장난과 어른들의 수다,
그 둘이 뒤섞이던 겨울밤의 풍경을 함께 떠올려 보세요.
현미네 부엌, 따뜻한 웃음, 그리고 마루 끝 밤 이야기.
4화는 수요일 오늘 오후 22시,
브런치에서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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