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끝에서 본 세상

32화. 엄마의 인절미

《오래된 천조각》

32화. 엄마의 인절미


농사일이 잠시 숨을 고를 때면,

엄마는 늘 무언가를 만들어내셨다.

그것은 꼭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가족이 모여 나눠 먹을 간식이었고,

그중 으뜸은 떡이었다.


찹쌀을 가마솥에 푹 찌고

절구에 옮겨 담으면

아빠가 두 팔을 걷고 찧기 시작하셨다.

묵직한 소리와 함께 떡이 탄생할 때쯤이면,

큰 쟁반과 넓은 상들이

큰방 아랫목에 펼쳐졌고,

우리는 하나둘씩 둘러앉았다.


노란 콩가루가 수북이 담긴 그릇,

엄마는 동그란 접시로

막 찧은 떡을 예쁘게 잘라

우리 입에 넣어주셨다.


손바닥이며 뺨까지

콩고물로 온통 범벅이 되었지만

그날만큼은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우리는 웃고 떠들며 떡을 묻혔고,

따끈한 인절미는 금세 접시 위에서 사라졌다.


엄마는 조용히 웃으며

“그만 좀 먹어, 숨 넘어간다.”

말씀하셨지만,

그 말끝엔 언제나 사랑이 묻어 있었다.


그날, 그 떡 한 점엔

온 가족의 손과 숨, 그리고

엄마의 마음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따뜻한 떡집 앞을 지나면

그 시절 아랫목의 웃음소리와

노란 콩가루의 감촉이

문득 마음속에 되살아난다


#엄마의 인절

#가마솥찹쌀밥

#아랫목떡잔치

#콩고물범벅

#시골간식

#엄마의 손

#오래된 천조

#브런치에세이

#추억의

#가족의 기



---


구독 안내 & 예고


이런 글이 마음에 닿으셨다면

《오래된 천조각》을 구독해 주세요.

당신의 기억 속 풍경도

어쩌면 여기에 스며 있을지 모릅니다.


다음 이야기, 33화. “큰 이모의 집엔 항상 무언가 있었다”

시골 친척집에서의 또 다른 추억,

그날의 마당, 장독대, 오래된 냉장고의 비밀까지—

다음 화도 기대해 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마루 끝에서 본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