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끝에서 본 세상

34화 마당을 누비던 우리 집 가축들

《오래된 천조각》

34화. 마당을 누비던 우리 집 가축들


우리 집 마당은

언제나 작은 동물원 같았다.

닭, 토끼, 강아지까지 함께 살아

아침마다 울고, 뛰고, 짖는 소리로 북적였다.


그날도 아침 해가 마당을 비추던 무렵이었다.

뒤뜰에 있던 닭 몇 마리가

틈 사이로 삐죽 나가더니

어느새 마당을 휘젓고 있었다.

그 사이, 토끼 두 마리까지

엉금엉금 뒤를 따르듯 도망쳤다.


“토끼다! 닭도 가출했어!”


나와 동생들은 다급하게 마당으로 뛰어나갔다.

아빠도 바삐 지게를 내려놓고 합세하셨다.

강아지는 묶여 있었지만,

긴 줄 끝에서 이 소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닭들은 깃털을 날리며

이쪽저쪽을 휘젓고 다녔고,

토끼들은 뒷다리를 튕기며

곧잘 담장 쪽으로 달아났다.


나는 토끼 두 마리를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마당 구석구석을 뛰었다.

한 마리는 거의 잡을 뻔했는데,

내 손이 닿기 직전에

툭— 하고 더 멀리 도망가버렸다.


아빠는 달랐다.

닭 한 마리를 겨냥하신 뒤

소리도 없이 다가가

한 손으로 조용히 번쩍 들어 올리셨다.


“쉿.”


닭을 품에 안고는

검지손가락을 입에 갖다 대셨다.

우리는 숨을 죽인 채

그 뒤를 따랐다.


그렇게 아빠는

닭 한 마리, 또 한 마리씩

차례로 품에 안고

조용히 닭장 안으로 넣으셨다.


한참 뒤,

소동이 끝나고 마당엔 다시 평온이 찾아왔다.

토끼 두 마리는

결국 이웃집 밭 근처까지 달아났고,

나는 그 뒤를 헐떡이며 따라갔지만

결국 내쫓는 꼴이 되어버렸다.


그날 우리 집은 진짜 난장판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소동 속엔 웃음이,

우리 가족의 협동이,

그리고 아빠의 침착한 손길이 남아 있었다.


마당 한가득 뛰놀던

그 수많은 생명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소란함마저 참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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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과 함께한 어린 시절

#마당에서 놀던 기억

#토끼 잡기 대작전

#닭가출소동

#아빠의 침착한

#시골마당

#브런치에세이

#오래된 천조

#추억의 동

#가족의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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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야기 예고 – 35화. 담장 밑 아기 고양이들

어느 봄날,

우리 집 담장 밑에

작고 여린 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어요.

엄마 고양이 곁에 꼭 붙어 잠든

아기 고양이들.


고운 털, 조심스러운 울음소리,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던

어린 미숙이의 마음.


그날 이후,

고양이는 우리 집의 또 다른 식구가 되었죠.


다정한 봄 햇살 아래

담장 밑에서 시작된 작은 인연 이야기,

곧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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