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끝에서 본 세상

35화 담장 밑 아기고양이들

《오래된 천조각》

35화. 담장 밑, 아기 고양이들


햇살이 눈부시던 어느 봄날,

집 안은 조용했고

나는 혼자였다.


장작더미 위, 짚풀 사이에

마리쯤 되는 아기 고양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잠들어 있었다.

내 손바닥보다도 작아 보이는 그 아이들.


세상에 이렇게 예쁜 생명이 또 있을까.

갓 태어난 듯한 작은 몸,

고운 털, 조심스러운 숨결.


나는 그 아이들이

그냥 내 것이 되었으면 했다.

가진 것들을 다 주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운 작은 존재들.


햇빛 아래 엄마 없이 누워 있던 아기 고양이들을

나는 조심스레 안고

우리 집 건넌방으로 데려왔다.


솥꼽놀이하듯

작은 상을 놓고, 천 조각을 덮고,

하나하나 손으로 쓰다듬으며 놀았다.

그 순간, 고양이들은 내 친구였고

내 인형이었고

내 세계의 전부였다.


놀다가, 나는 잠이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고양이들이 내 얼굴을 핥고,

손을 깨물며 나를 깨웠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 아이들은 내 것이 아니고,

누군가의 품이어야 한다는 걸.

엄마를 잃고

햇살만을 이불 삼고 있던 아이들이 아니라는 걸.


나는 재빨리 고양이들을 품에 안고

다시 장작더미 아래로 데려갔다.

그곳엔,

기다리고 있던 어미 고양이가

낯설지 않은 눈빛으로

자기 새끼들을 하나씩 받아 안았다.


나는 조용히 물러서며

햇살보다 따뜻했던 그 장면을

마음속 깊이 간직했다.


그날, 나는 배웠다.

사랑은

내 것이 되게 하는 게 아니라,

그 자리에 있게 해주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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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연재: 36화 – 엄마의 고무신, 아빠의 짚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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