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전 너머 저쪽》
제5화. 닫힌 방이 열릴 때
엄마 품에 안긴 채 한참을 울고
나는 조금씩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고요했다.
숨이 조금은 가라앉고,
눈물이 멈출 즈음
엄마가 가만히 말했다.
“이제 가 봐야겠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어디를?”
엄마는 웃지도, 슬퍼하지도 않았다.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
“그 방에. 너도 알아야 하니까.”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궁전의 복도 끝,
늘 닫혀 있던 문 하나가
‘찰칵’ 소리를 내며
혼자서 열렸다.
소리도 없이
문은 반쯤 열려 있었고,
그 안쪽에서
아주 조용한,
그러나 분명한 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돌렸다.
왜인지, 두려운 감정은 없었다.
그보단
묘한 낯익음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엄마는 문 쪽을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가 보렴.”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문 안은 어두웠지만,
발을 들이자
안쪽에서 천천히 누군가 다가왔다.
조용한 발소리.
긴 그림자.
그리고—
빛이 어슴푸레 비치자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
전혀 기억나지 않는데
낯설지 않았다.
그는 말이 없었다.
단지, 나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나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아 보였고,
어린 시절 사진 속
우리 집에 어울릴 것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나는 속삭이듯 말했다.
“… 누구세요?”
그는 한참을 나를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낮고 단정했다.
“나는...
네가 태어나기 전에 떠난 사람이야.”
나는 숨을 멈췄다.
“엄마의… 첫아들.”
그는 말했다.
“내 이름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