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전 너머 저쪽》
제6화. 내가 본 너, 내가 본 엄마
“내 이름은 없어.”
그는 담담히 말했다.
“기록도 없고,
사진도, 생일도,
무덤도 없어.”
그 말이 슬프게 들리지 않는 게
더 슬펐다.
나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얼굴 어딘가에
아빠의 눈,
엄마의 입가,
그리고
내 얼굴과 닮은 기운이 묻어 있었다.
“네가 태어난 뒤에도,
난 여기에 있었어.”
그는 말했다.
“엄마가 널 안고 있을 때,
난 옆에서 지켜봤어.”
그 말을 듣자
몸이 조금 떨렸다.
그런데도 그는 아주 조용하게 말을 이었다.
“엄마는 내 이름을 부르진 않았지만,
가끔...
밤에 혼자 울었어.”
“엄마가?”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어린 나이였을 때였어.
엄마 뱃속에서 나는
끝까지 가보지도 못했지.
병원도, 이름도 없이—
그냥 ‘흘러내렸다’는 말로
지워졌어.”
나는 가슴이 먹먹해졌다.
단 한 번도 듣지 못했던 이야기였다.
“하지만 엄마는
늘 기억하고 있었어.
어디에도 말하지 않았지만,
넌 몰랐겠지만—
네가 태어나던 날,
엄마는 조용히 중얼거렸어.”
그는 내 쪽으로 한 걸음 다가왔다.
“‘이 아이는 꼭,
살아남아야 해.
내가 지켜줄게.’
그게 엄마가 나에게 했던 말이었어.”
나는 눈을 감았다.
목울대가 떨렸다.
그 말이 너무 조용해서,
너무 깊어서,
마음 가장 안쪽에 있는 문을 흔들었다.
그는 다시 말했다.
“내가 지켜봤어.
너 어릴 때
혼자 앉아 있던 시간들,
엄마가 바빠서
말없이 밥만 해주던 날들,
네가 ‘왜 나만 혼자냐’고 울던 그 밤들.”
“그걸…
다 봤다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지금 네가 여기까지 온 거야.”
“왜?”
그는 말했다.
“엄마가 널 이곳으로 부른 이유는
미안해서가 아니야.
네가
잊지 않길 바랐거든.
사랑받았다는 걸.
그리고—
혼자가 아니었다는 걸.”
그 순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나는 처음 보는 형이
너무 익숙했다.
처음 듣는 이야기가
내가 늘 기다렸던 말처럼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