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전 너머 저쪽》
제9화. 엄마가 감춰온 말
미경언니는
내 손을 꼭 쥔 채
한참을 아무 말 없이 내 울음을 들어줬다.
그러다 조용히,
진짜 오래된 이야기를 꺼냈다.
“미순아,
엄마가 너한테 끝까지
말하지 못한 게 있어.”
나는 눈을 떴다.
언니는 깊은숨을 내쉬었다.
“너 태어나기 전,
엄마는 한 번…
죽으려고 했었어.”
심장이 멎는 소리란 게 있다면
그게 이런 거겠지.
“그땐,
첫째 아들 보내고
세상 모든 게 다 부서졌었어.
사람들 말로는 ‘시간이 약’이라지만,
엄마는 그 말을 미워했거든.”
“왜?”
나는 조용히 물었다.
“시간은 아무것도 해결 안 해주잖아.
그 시간 동안
엄마는 계속 아프고,
계속 숨 못 쉬고 있었거든.”
나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 말이 너무,
엄마 같다 싶어서.
“그때 엄마가
혼자 산으로 들어갔대.
그냥 사라지고 싶어서.”
나는 속으로
엄마의 얼굴을 떠올렸다.
가끔 창밖을 오래 바라보던
그 눈빛.
아무 말 없이 밥숟갈만 뜨던 저녁들.
“근데,
그 산에서…
너를 품은 걸 알게 됐어.”
“……나?”
“그래.
너.”
그 말에 숨이 멎을 뻔했다.
“엄마는
네가 오고 있다는 걸 알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어.
너 때문에.”
내 눈에 다시 눈물이 고였다.
미경언니는 덧붙였다.
“근데 엄마는
그 얘길 끝까지
너한테 못 했어.”
“왜?”
“미안해서.
자기를 죽이고 싶었던 사람이
누굴 낳아 키운다는 게
너한텐 너무 잔인한 얘기 같아서.”
나는 고개를 숙였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나…
몰랐어.”
“그렇지.
엄마가 그만큼
너한테는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
“근데 왜 이제야 말해?”
미경언니는
내 손을 꼭 잡았다.
“지금은…
엄마가 그걸 말해도 된다고 느낄 만큼
네가 강해졌으니까.”
그 말에
나는 숨을 토하듯 울었다.
처음으로,
엄마가 나한테
끝까지 하지 못한 말들이
그림자처럼 밀려들었다.
그리고
이제는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엄마의 부끄러움,
엄마의 용기,
엄마의 슬픔.
나는 속삭였다.
“언니…
엄마한테,
고맙다고 전해줘.
나 지금…
엄마가 왜 살았는지 알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