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전 너머 저쪽》
제8화. 기다리고 있었어
형과 함께 걷는 복도는
이전보다 훨씬 조용했다.
돌바닥엔 먼지가 없었고
양옆의 문들도 모두 닫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문 하나 앞에 섰을 때
형이 걸음을 멈췄다.
“여긴...
나랑 같이 들어갈 수 없어.”
“왜?”
나는 물었다.
형은 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안엔
네가 어릴 적부터
가장 의지했던 사람이 기다리고 있어.”
“엄마?”
“아니.”
형이 고개를 젓는다.
“엄마 말고,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던 사람.”
순간,
가슴 한구석이 찌릿했다.
“… 설마…”
형이 조용히 웃었다.
“들어가 봐.”
나는 천천히 문을 밀었다.
문은 아무 저항 없이 열렸다.
안은...
햇살이 드는 마루였다.
진한 된장국 냄새 같은
그리운 공기가 코끝을 간질였다.
그리고—
그곳 한가운데,
항상 앞치마를 두르던 모습 그대로
미경언니가
앉아 있었다.
그녀는 내 쪽을 보며 웃었다.
“어유,
미순이 왔어?”
나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입을 열 수도 없었다.
숨조차 막혀서,
그냥 울음이 터졌다.
“나…
언니 보고 싶었어… 너무…”
미경언니는 가만히 내 손을 잡았다.
“나도.
나도 엄청 기다렸지.”
그 손은
살아생전의 그 손처럼 따뜻했다.
단단하고, 부드럽고,
항상 나를 이끌어주던 손.
“엄마한테
나는 괜찮다고 말 못 했어.
근데…
언니한텐 괜찮다고 하고 싶었어.”
미경언니는 내 눈을 바라봤다.
“괜찮다고 하지 마.
힘들었잖아, 너.”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울었다.
“언니...
엄마 많이 아팠지?
마음도, 몸도…”
그녀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조용히 말했다.
“엄마는,
네가 자신보다 강하다고 믿었어.
그러니까 너무 많은 걸
말하지 않았던 거야.”
“왜? 왜 혼자 아팠어야 해?”
“그게…
엄마였으니까.”
그 순간,
마음속 오래된 질문 하나가
이제야 닿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