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전 너머 저쪽》
제12화. 내가 너희 엄마에게 하지 못한 말
나는 외할머니와 마주 앉았다.
그 공간은 마치 세월이 얼어붙은 듯,
시간이 움직이지 않았다.
할머니는 내 얼굴을 오래 바라봤다.
마치 내 안에서,
자기 딸의 얼굴을 찾고 있는 듯했다.
“네 엄마는…
말이 없던 아이였다.”
그 한마디에
나는 숨을 멈췄다.
“그 말 없는 애가
언젠가부터
매일 밤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더라.”
“왜요…?”
할머니는 고개를 떨궜다.
“그걸 내가 몰랐어야 했는데…
사실은 다 알고 있었지.”
“그럼 왜… 말 안 했어요?”
할머니는 손을 떨었다.
지금껏 본 적 없는 표정이었다.
강한 사람이 무너지는 순간.
“내가 그 애한테
'울지 마라',
'세상은 원래 그런 거다'
그 말만 했거든.”
“엄마가 힘들어할 때,
할머니는 옆에 있었잖아요.”
“아니야.
옆에만 있었지,
같이는 안 있었어.”
그 말에
나는 가슴이 찢어질 듯했다.
할머니는 계속 말했다.
“그 애가 열여덟이던 해에
처음으로 사랑한 사람한테
버림받았어.
너희 엄마가 말하진 않았지?
첫째 아이… 그 아이,
사실은 결혼도 못 한 채 낳은 애였어.”
나는 눈을 크게 떴다.
그 말은 처음이었다.
“나는 반대했어.
그 애한테 말했지.
‘부끄러운 짓 하지 마라’고.
‘세상 눈 무섭지 않냐’고.”
“……그래서 엄마가 혼자서…”
“그래.
혼자서 애 낳고,
혼자서 장례 치렀어.
내가 외면했거든.
그 애가 '도와달라'라고 말도 못 하게.”
나는 눈을 감았다.
숨이 목에서 막혀왔다.
“나는,
엄마 노릇을 못 했어.
그 애가 딸이었단 걸,
그 애가 엄마가 된 다음에서야 깨달았지.”
“엄마는…
그걸 평생 말 안 했어요.”
“그래.
그 애는,
말 안 하는 방식으로
용서한 거야.
나를.”
나는 흐느꼈다.
할머니가
처음으로 내 손을 잡았다.
그 손은
굳었지만 따뜻했다.
“미순아.
그 애가
너한테는 그런 엄마였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서 제일 조용하지만
끝까지 옆에 있어주는 사람.”
“그게,
그 애가
나한테 배우지 못하고
스스로 만들어낸 엄마였던 거야.”
나는 숨을 들이마셨다.
엄마가 내게 해준 모든 것들이
어디서 왔는지
처음으로 알게 됐다.
그건
엄마가 겪은 상처에서 온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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