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끝에서 본 세상

39화 개구리 잡으러 간 날

《오래된 천조각》

39화. 개구리 잡으러 간 날


초여름,

동네 오빠들이 긴 장대를 들고

좁은 논길을 줄지어 걸어간다.


우린 오빠들 뒤를

쫄랑쫄랑 따라간다.

발목엔 벌써부터 물이 튀고

풀잎엔 작은 이슬이 매달렸다.


탁! 탁!

장대 끝이 물속을 칠 때마다

개구리울음이 사방으로 튄다.

논두렁, 개울가, 수풀 사이까지

온 세상이 개굴개굴 울려댄다.


오빠들은 장대 끝에

작은 그물을 달거나

끈으로 만든 고리를 매달아

개구리를 한 마리, 두 마리씩 꿰어낸다.

장대에 매달린 개구리 다리가

허공에서 실룩이며 흔들릴 때,

오빠들의 눈빛은 반짝이고

우린 그걸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그날 저녁,

해가 기울고 어스름이 깔리자

동네 아이들은 마당 한가운데 모였다.

아궁이에 불을 피우고

가마솥 옆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면

오빠들이 잡아온 개구리들이

작은 꼬챙이에 끼워져

모닥불 주변에 둘러앉은 아이들 앞에

조심스레 놓인다.


누군가는

“무서워… 먹기 싫어…”

하고 얼굴을 돌렸고,

누군가는

“진짜 닭고기 같아!”

하며 첫 입을 베어 물었다.


입에 넣자마자

입꼬리를 감싸는 고소한 맛.

바삭하게 구운 개구리는

그날의 모험과 함께

입속에 고스란히 남았다.


그 밤,

모닥불 연기가 머리에 배고

개구리 발을 들고 장난치던 동생들과

오빠들의 장대가 나란히 벽에 기대져 있었다.


**


지금도 여름이 다가오면

논두렁 개구리울음이 아른거린다.

작은 물웅덩이 속에서

우리가 살아 숨 쉬던 시절,

개구리를 따라

어느새 세상 밖으로 발을 디뎠던

그 여름의 아이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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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가의 웃음처럼,

잊었던 어린 날의 풍경이 살아납니다.


다음 이야기 예고: 40화 – 감자 굽던 날

현미네 집 마당에서 모두 모여

감자도 굽고, 콩도 구워 먹던 따뜻한 저녁을 들려드릴게요.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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