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끝에서 본 세상

42화 자투리 천으로 만든 인형옷


《오래된 천조각》


42화. 자투리 천으로 만든 인형옷


엄마는 비 오는 날이면 꼭 재봉틀 앞에 앉으셨다.

창밖에서 떨어지는 빗소리와

따르르릉—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가

하모니처럼 집안을 채웠다.


엄마는 꼭 그럴 때, 무언가를 만드셨다.

누구에게 배우신 건지, 어떻게 익히셨는지 모르지만

엄마 손은 언제나 바빴고,

그 바쁜 손끝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옷과 천들을 만들어냈다.


나는 엄마가 쓰고 남긴 예쁜 천 조각들을 모았다.

빨강, 노랑, 분홍, 하늘색...

자투리라고 하기엔 너무 아까운 색들이었다.


그 천들로 난 인형을 만들어 봤다.

누가 봐도 엉성한 솜인형,

실밥이 튀어나오고 팔다리도 삐뚤 했지만

그 인형은 내 마음속의 첫 ‘작품’이었다.


앞집 상숙이는 마트에서 사 온 마루 인형을 갖고 있었지만

내 인형은 엄마가 재봉틀 옆에서,

내가 그 옆에 꼭 붙어 있을 때 만들어준 인형이었다.

엄마는 인형 머리에 리본도 달아주셨고,

내가 입고 싶던 옷도 작게 만들어 입혀주셨다.


공주가 입는 원피스,

꽃무늬 미니스커트,

심지어 겨울엔 조그만 털 조끼도 있었다.

천 조각 하나하나에 담긴 엄마의 손길은

내 마음에 새 옷처럼 포근하게 걸쳐졌다.


그날들 속,

빗소리와 재봉틀 소리를 들으며

나는 알았다.

사랑은 꼭 크고 반짝이는 것이 아니라,

자투리 천처럼 작지만 따뜻한 마음으로부터 온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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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성한 실밥 사이로 번지던 따스한 기억,

자투리 천 하나로 피어난 사랑을

당신 마음에도 곱게 수놓고 싶습니다.


다음 이야기 예고: 43화 – 한겨울, 비료포대 썰매 타기

눈밭 위를 가르던 비료포대 한 장,

추위마저 잊게 했던 우리들의 겨울 모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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