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웃긴 게 제일 웃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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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 대 바다, 우리 집 밥상 전쟁》

우리 집은 늘 조용히 시끄러웠다.
특히 밥상 위에서는 더 그랬다.

엄마는 바다 음식을 좋아하셨다.
생선, 멸치, 꼴뚜기, 조기, 갈치...
소리만 들어도 비린내 나는데
엄마는 그걸 씹으며 "달달~하다"라고 하셨다.

반면 아빠는 육지 사람이셨다.
“고기는 육지에서 나는 게 최고다.”
삼겹살, 돼지불백, 소고기뭇국이
밥상에 오르면 아빠 입꼬리도 올라갔다.

그래서 우리 집 밥상엔
늘 육지와 바다의 먹거리들이 함께 올랐다.
한쪽엔 생선구이, 한쪽엔 제육볶음.
말 그대로 공존의 밥상.

우리는 그날그날 메뉴에 따라
파를 갈아탔다.

“오늘은 갈치다! 바다파 찬성!”
“어? 제육이다? 육 지파 손!”

하지만 늘 가장 먼저 반응하는 건 남동생.
얘는 파고 뭐고 없다.
그저 **“고기면 정답”**이다.
본인 밥상에 고기반찬이 보이면,
말없이 눈빛이 변했다.

고기 → 본인 밥 → 고기 → 본인 밥
→ 고기 → 고기 → 고기 → 끝

순식간에 자신의 몫을 다 먹고,
이제 주변 탐색 시작.
“누나, 너 그 고기 다 먹을 거야?”
“엄마, 저기 저쪽 상에 제육 좀 남은 거 있던데…”
“아빠, 남기시면 제가…”

엄마는 늘 그럴 때 이렇게 말씀하셨다.

> “저놈은 조기 눈깔은 안 먹어도
고기는 귀신같이 찾아내.”



그때는 얄미웠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덕분에
우린 더 빨리 먹는 법을 배웠고,
반찬은 조기 눈부터 지키게 됐고,
밥상머리 눈치 싸움 실력은 월등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육지든 바다든,
밥상 위에 웃음이 올라왔다는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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