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웃긴 게 제일 웃겨

3화

《씹을 게 어딨 어요, 아빠》

어릴 때 아빠는 식사 예절에 목숨을 거셨다.
"밥 먹을 땐 말하는 거 아니다."
"음식은 서른 번 씹어야 소화가 잘 된다."

밥상 앞에서 아빠 말은 국룰이었다.
엄마, 나, 동생은 각자 쿵후판다처럼 밥만 바라보며 조용히 먹었다.
소리 내면 안 되고, 웃으면 안 되고, 질문은 회수되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입보다 말이 더 빨랐다.
무슨 말이든 떠오르면 바로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밥상머리에 앉기 전, 늘 기도했다.

“오늘은... 제발 아빠 입 먼저 다물게 해 주세요...”

한 번은 아빠가 국물 한 숟갈 드시다 말고 말씀하셨다.
“씹지도 않고 넘기면 위가 깜짝 놀란다.
서른 번. 최소 서른 번 씹어라.”

… 나는 그 말을 들은 순간,
정말로 놀란 건 내 위장이 아니라 내 속마음이었다.

> "아빠, 맛있는 건 바로 목구멍으로 도망가는데
씹을 게 어딨 어요!"



(물론 마음속으로만. 감히 입 밖으론 못 꺼냈다.
그땐 "시선 한 번"이 아주 강력한 경고장이었으니까.)

그렇게 조용히 먹는 척하면서도
난 자꾸 쫑알쫑알 말을 붙였다.
“아빠, 오늘 학교에서 선생님이…”
“아빠, 내 친구가 밥 먹다 젓가락 삼킬 뻔했대요…”
“아빠, 근데 왜 서른 번이죠? 스물아홉 번은 안 돼요?”

놀랍게도, 아빠는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셨다.
그리고 국물 넘기시다가,
웃음 터질까 봐 헛기침하시던 그 얼굴,
지금도 선명하다.

그 시절,
우리는 조용히 밥을 먹었고,
아빠는 조용히 웃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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