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창고를 뜯어가야겠어요》
엄마는 장날이면
농사지은 수확물을 큰 대야 한가득 담아
경운기 뒤에 싣고 장터로 향하셨다.
경운기 시동 소리에 닭도 놀라 깨는 시간,
엄마는 벌써 부지런히 출근하셨다.
단골 식당집 아주머니들이
“다음엔 고춧가루 좀 가져와요~”
“콩도요, 검은 거! 윤기 나는 거!”
주문 목록을 읊어주면,
엄마는 메모한 줄 없이
그걸 그냥 외워 오셨다.
그게 또 어찌나 정확했는지,
엄마가 빠뜨린 적은 거의 없었다.
(다만, 우리 저녁 반찬이 빠질 때는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전날 저녁밥 먹다 말고
엄마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셨다.
“아이고… 뭐였더라…
고춧가루랑… 콩이었고…
아, 마늘인가? 어휴 헷갈리네…”
그러더니 한참을 생각하더니
갑자기 아빠 쪽을 돌아보며 선언하셨다.
> “여보, 낼은 주문이 많아 창고를 뜯어가야겠어요.”
그 말에
아빠는 입 안의 나물 뿜을 뻔했고,
우린 박장대소했다.
엄마의 머릿속엔
고객 리스트, 주문 내역, 수확 시기,
심지어 장터 골목 번호까지
모두 저장돼 있었다.
다만, ‘뜯어가기’ 모드일 땐
우리 반찬은 가끔 빠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