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웃긴 게 제일 웃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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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로 써도 될까요?》

지하철보다 버스를 더 좋아한다.
창밖 풍경이 흘러가고, 적당한 흔들림이 졸음도 부르고,
간혹 재미난 사람 구경까지 덤으로 붙는다.

그러던 어느 날,
햇살 좋던 오후.
버스 안은 한산했고, 나는 창가에 앉아 조용한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뒷자리에서 한 아저씨의 목소리가 뚫고 나왔다.

“그러니까 그 계약은 이번 주 안에 마무리 짓고,
박 부장한테는 서류 넘기라고 전하세요.
아니, 거래처는 A사로 가기로 정해졌고...”

업무 통화였다.
아주 구체적이고, 아주 길고, 아주... 크게.

아저씨는 통화 내용에 몰입하신 나머지
버스 안 다른 사람들의 고요를 깨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셨다.
나는 한동안 참다가,
슬쩍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최대한 정중하게 말했다.

> “아저씨, 이거 기사로 써도 될까요?”
“요즘 ‘버스 회의록’ 인기 많아서요.”



잠깐의 정적.
그 순간, 아저씨 눈이 살짝 동그래졌다.
뒤이어 “허허, 죄송합니다!” 하고 웃으며 전화를 끊으셨다.
버스 안에 퍼져 있던 그 묘한 어색함이
크고 따뜻한 웃음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냥 말한 거였다.
짜증도, 화도 아니었다.
그저... 적당한 유머 한 스푼이면 서로 웃으며 조용해질 수도 있겠다는 마음.

그날 이후로 생각한다.
센스는 말의 크기가 아니라, 마음의 온도에서 나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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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려고 한 말이 아니라,
같이 웃자고 건넨 말.
그게 참 고맙게도 통했을 때,
세상이 조금 따뜻해진다.

> “아저씨, 기사로 써도 될까요?”

그 말 덕분에 버스 안이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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