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웃긴 게 제일 웃겨 》

12화

"배고픈데 실력까지 좋은 동생"


남동생은 어릴 때부터

배고픈 것뿐 아니라 실력도 남달랐다.


초등학교 1학년.

나는 숙제도 겨우 해내던 시절인데

그 애는 벌써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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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냥 끓이기만 한 게 아니다.

한 손엔 냄비, 한 손엔 오징어채.


양념도 직접 비벼서 먹었다.

어디서 배웠냐고?


모른다.

그냥 어느 날 보니

불 앞에서 익숙하게 냄비를 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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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 실력 있는 요리를 나누지 않았다는 점이다.


진짜 배고픈 건 나인데

동생은 늘 ‘요리는 나, 먹는 건 나’ 주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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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라면을 끓였다.

그것도 3 봉지.


나는 조심스레 다가가

젓가락을 슬쩍 뻗었다.

딱 한 젓가락.


> “한입만...”




그의 대답은

“안 돼.”


...

한 마디였다.


> “왜 안 돼?”

“양이 딱 맞아.”

“3 봉지나 끓였잖아!”

“그러니까... 딱 나한테 맞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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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나는 전략을 바꿨다.

라면 냄새가 퍼지는 순간

미리 젓가락을 들고 근처에서 대기했다.


하지만 동생은 더 빨랐다.

벌써 젓가락으로 라면을 말고 있었고,

내 쪽으론 그릇이 오지 않았다.


그저

면치기 소리만 점점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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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남동생은 요리를 잘한다.

심지어 요리사가 되진 않았지만

가족 중 가장 미각이 예민한 사람이다.


엄마가 반찬을 하다가

맛이 애매하면

나 대신 동생을 부른다.


> “야~ 한 번만 먹어봐. 이상하냐?”




나는 그 장면을 지켜보며

생각한다.


저 입은 예전엔 내 라면을 안 나눠줬는데…

이젠 반찬 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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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엔 억울했지만,

지금은 웃긴다.


동생이 나보다

먼저 컸고,

먼저 잘했고,

먼저 배부르게 먹었지만


그래도 늘 같이 자란

우리 집 최고의 ‘셰프 겸 식신’이었다.


그냥 웃긴 게,

제일 웃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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