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언니는 껍질을 버리고, 나는 살을 남기고"
우리 언니는
건강한 먹거리 전도사다.
소금은 적게,
기름은 거의 안 쓰고,
간장은 흑간장이네, 된장은 수제 유기농이네…
먹는 걸로 잔소리하는 프로 주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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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언니가
어느 날 갑자기
시장 통닭 한 마리를 사 왔다.
이건 뉴스였다.
> “언니, 무슨 일 있어? 이거 기름 범벅 튀김이야!”
“응. 그냥... 먹고 싶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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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속으로 외쳤다.
오늘이다.
기름진 껍질이 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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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통닭 앞에 마주 앉았다.
노릇노릇 바삭한 껍질,
기름에 한 번 튀겨졌음에도
반짝이는 그 위엄…
그런데 언니가
젓가락을 들더니 갑자기…
껍질을 전부 벗겨내는 게 아닌가!
> “헉! 언니 뭐 해?! 껍질이 생명인데!”
“나는 살코기만 먹어. 껍질은 버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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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나의 본능이 외쳤다.
"그럼 그 껍질, 나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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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는
세상 평화로운 분업 체계를 완성했다.
언니는 껍질을 다 발라내 내 그릇에 모아주고,
나는 고기는 건드리지 않고 껍질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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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만족했다.
기름기 쏙 뺀 닭가슴살만 먹을 수 있어서.
나는 행복했다.
껍질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이렇게 다른 식성으로
우린 통닭 한 마리를 정말 질서 있게 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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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가끔 통닭을 시켜 먹을 때면
나는 언니한테 묻는다.
> “오늘도 껍질 버릴 거야?”
“그럼. 난 살만 먹을게.”
“좋았어. 껍질은 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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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한 마리로
서로를 이해하게 된 자매의 분업 시대.
입맛이 안 맞아서
싸우기보다
안 맞으니까 더 잘 맞았던
그날의 저녁.
그냥 웃긴 게,
제일 웃겨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