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웃긴 게 제일 웃겨 》

14화

《똥삽 든 국민학생》

“닭, 오리, 토끼 그리고 나”


우리 집 뒤뜰은

미니 동물농장이었다.


닭이 한편,

오리가 그 옆,

그 옆은 토끼장이 줄줄이…


조그마할 때는 너무 귀엽고 예뻤는데

내가 좀 컸다고

동물 친구들 뒤처리 담당은 나였다.



---


처음엔 신기했다.

“닭이 알 낳는구나!”

“오리가 진짜 꽥꽥거려!”

“토끼는 귀가 진짜 길다!”


그런데

며칠만 지나면 다른 감정이 올라온다.


> “얘들 똥은 왜 이리 많은 건데?”





---


특히 닭장은

냄새가... 말로 못 한다.


코를 막고도 들어가면

냄새가 눈으로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닭은 또

내가 청소하러 가면


> "꼬꼬꼬꼬!"

하고 소리치는데




그게

"웬 또 왔니?" 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더 나빴다.



---


청소는 단순했다.


물 뿌리기


똥 긁기


톱밥 새로 깔기



근데 문제는,

닭이 안 비켜줬다.


닭을 살살 밀어도

“꼬꼬댁!” 하며 다시 내 앞으로.



---


그나마 토끼는 조용했다.

하지만 토끼똥은 작고 많고 동글동글해서

치우다 보면 꼭 하나씩 손에 붙는다.


그 느낌, 평생 못 잊는다.



---


오리장은 진흙탕이었다.

물장난 좋아하는 오리들 덕분에

늘 땅이 질척 질척.


장화를 신고 들어가면

발이 안 빠져서

오히려 넘어지기 일쑤였다.



---


그래도 내가 안 하면

누가 하랴.


부모님은 바쁘셨고,

동생은 나보다 한참 어려. " 무서워!" 하고 도망가니

결국은 내가...


동물 뒤치다꺼리 책임자 1호였다.



---


지금 생각하면 웃긴다.


어린 나는

닭장 앞에 서서

숨 참고,

닭과 눈싸움하며,

똥삽 들고 청소했다.


그 시절의 냄새도,

닭의 눈빛도,

다 기억난다.



---


그때는 싫었지만,

지금은 그 냄새도 그리운 웃음이다.


왜냐고요?


그 냄새가 우리 집 냄새였거든요.


그냥 웃긴 게,

제일 웃겨요.

매거진의 이전글《그냥 웃긴 게 제일 웃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