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웃긴 게 제일 웃겨 》

15화

《잡는 날, 먹는 날, 웃는 날》

"닭도 안다, 오늘이 그날이란 걸"

태양이 하늘 한가운데서
펄펄 끓는 듯한 여름날.

그럴 땐 꼭
아빠가 말씀하신다.

> “오늘 닭 한 마리 잡아야겠다.”



아니,
두 마리.

왜냐고?

식구가 여섯이다.
한 마리로는 어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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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 문이 덜컥 열리면
신기하게도 닭들이 안다.

“오늘은 평범한 날이 아니다.”

갇혀 있던 닭들이
폭주 기관차처럼
막 뛰쳐나온다.

평소엔 게으르게 모이 쪼던 애들이
오늘은 날갯짓까지 하며 도망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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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한 마리 잡는 데
가족 총출동.

엄마는 뒤뜰에서 큰 솥에 물 올리고,
나는 고무대야 꺼내고,
동생은 닭 따라다니며

> "저놈이야! 저놈이 큰 놈이야!"
하며 지명수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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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조용히 움직이신다.
닭장 구석으로,
은근슬쩍 손을 넣고,
딱 한 번에 잡아내신다.

그 순간 닭의 눈빛이…
정말 인간처럼 말하는 것 같다.

> “왜 하필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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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잡히는 그 순간
온 마당은 분주해진다.
물이 끓고,
털 뽑을 준비를 하고,
간장, 마늘, 파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날 저녁.

식탁에 오른 닭백숙과 닭볶음탕은
온 가족이 그날만큼은 말없이 먹게 되는 마법을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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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한 마리로
한 여름의 기억이
그득그득했던 그 시절.

지금 생각하면
닭도 알고,
우리도 알고,
여름도 아는 그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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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땀, 그 냄새,
그리고 그 맛.

“잡는 날”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온 가족이 모여 웃고 먹던 날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냥 웃긴 게,
제일 웃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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