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웃긴 게 제일 웃겨 》

16화

《신발 벗고 뛰어다니던 저녁》

“검정 고무줄과 해 질 녘의 우리”


그 시절 동네엔

어느 집이나 하나쯤 있는 검정 고무줄이

보물 1호였다.


이웃집 언니가

교복 치마허리에서 몰래 빼다 준 그 고무줄.

집집마다 하나씩은 꼭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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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기울면

골목 어귀 큰 나무 아래

동네 아이들이 스르르 모여든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고무줄 한쪽을 잡고 설 ‘기둥’이 정해진다.


그리고 나머지 아이들은

둘씩, 셋씩 짝지어

고무줄을 넘고 밟고, 뒤틀고 감고,

노래를 부르며 날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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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 별을 따다~"

"반짝반짝 금모래~"


한 발로 톡 튕기며

옷이 올라가든 말든

신발이 벗겨지든 말든

그냥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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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긴장되는 건

‘허리’ 단계.


점프 실수라도 하면

고무줄에 발 걸려 넘어지기 십상이었다.


넘어지면?


다 같이 깔깔깔 웃으며

"다시! 다시!"

끝도 없이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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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어둑해질 때쯤이면

각자의 집에서

엄마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 "○○야아~ 밥 묵자~!"

"얼른 안 오고 뭐 하니!"

"신발 좀 벗어놓고 다녀라, 신발이 어디로 갔니~"




그 소리에

우리는 슬슬 해산했고,

발에 흙 묻은 채로 신발도 안 벗고

그대로 마당을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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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또 만나면

고무줄은 어제보다 더 많이 꼬여 있었고,

우리 웃음도 더 단단히 꼬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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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고무줄은

그냥 줄이 아니었다.


웃음줄,

우정줄,

해 질 녘 노을색 줄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진짜 웃긴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우린 왜 그렇게 웃었을까?


글쎄요.


그냥 웃긴 게, 제일 웃겨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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