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한 공강, 오이도의 하루

공강이 생긴 날이면,

4화. 함께한 공강, 오이도의 하루

공강이 생긴 날이면,
선배는 어김없이 내게 물었다.
"오늘 공강이지? 뭐 할 거야?"
"어디 가냐?"
"시간 비었으면 같이 밥이나 먹자."

그 질문들은 늘 가볍게 던지는 말투였지만
어디선가 미리 생각해 온 듯한 기색이 느껴졌다.

나는 그럴 때마다 잠깐 망설였다.
사실,
그 시간만큼은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었다.
피곤한 몸을 웅크리고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조용히 있고 싶은 날들이었다.

하지만 선배는 그걸 알고도
어디론가 나를 데려가고 싶어 했다.

"피곤하면 바람 쐬자.
사람 없는 데로.
가만히 있어도 되는 곳."

그 말에 이상하게 거절이 잘 안 됐다.
마지못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
전철역에서 선배를 만나면
그는 늘 뭔가 준비한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반겼다.

우리는 그렇게 몇 번이나
서울 근교 이곳저곳을 돌았다.
홍대 골목, 대학로, 한강변, 심지어 아무 이유 없이 종로.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말했다.
"이번엔 좀 멀리 가자."

그렇게 도착한 곳이
오이도였다.

어린애처럼 신난 얼굴로
그는 내 손에 따뜻한 어묵 국물을 쥐여주며 말했다.
"여기 낙조 봐야 돼.
노을 질 때 되면 바다 색이 이상해질 정도야."

그 말을 듣고 나서도
나는 피곤해서 자꾸 하품이 났다.
"너 피곤하지?"
"응… 조금."
"그래도 왔잖아. 잘했어."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오래 남았다.
무엇을 하든,
그는 내가 거기 있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듯 말했다.

조금 후,
우리는 바다를 마주한 난간에 앉았다.
갈매기 울음소리,
짠내 나는 바람,
조금씩 주황빛으로 물드는 수평선.

나는 그때 처음으로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서도 누군가와 좋을 수 있구나’ 하고 느꼈다.

선배는 그런 나를 보고 있었다.
말없이,
하지만 확실히.

"힘들면 말해.
나 그냥 같이 있는 거 좋아서 그러는 거야.
네가 억지로 끌려오는 거면 나 진짜 싫다."

그 말을 듣고 난 후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 마음속 깊은 곳에선
그가 내 곁에 있어주는 게 고마웠다.

그러고도 나는,
그 모든 시간을 ‘좋은 선배’와의 추억으로만 포장했다.
내 마음이 더 깊어지지 않도록
일부러, 아주 조심스럽게 선을 그으면서.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날의 햇살,
그날의 바다,
그가 건네준 어묵 국물,
그리고 나를 바라보던 눈빛 하나까지—

모두가 선명한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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