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건네던 사람

선배는 늘 책을 읽는 사람이었다.

5화. 책을 건네던 사람

선배는 늘 책을 읽는 사람이었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가방 안에는 늘 책 한 권이 들어 있었다.
알바가 끝나고도, 수업이 끝난 후에도
그는 혼자 서점에 들렀다가 집에 돌아가곤 했다.

“나 오늘 좋은 책 찾았어.
이건 네가 읽었으면 좋겠다.”

어느 날,
그는 그렇게 말하며
작은 문고판 책 한 권을 내 손에 쥐여주었다.
별다른 설명 없이.

처음엔 선배가 그 책을 왜 나에게 주는지 잘 몰랐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 문장, 어느 구절에서
아— 하고 느껴지는 순간이 왔다.

“이거, 너 얘기 같아서.”
그는 그 말을 곧잘 하곤 했다.

그가 내게 건네준 책들은
단순한 취향의 추천이 아니었다.
그건
그가 내 안의 가능성을,
내가 보지 못한 시야를
조용히 열어주고 싶었던 마음의 조각들이었다.

나는 학교와 알바 사이에서
그저 오늘을 살아내는 데 급급했지만,
선배는 그런 나를
‘더 크고 멀리 볼 수 있는 사람’으로 여기고 있었다.

“넌 글을 잘 써.
감각이 있어.
그게 네 무기야.”

그 말이 부담스럽기도 했고,
어쩐지 들키면 안 되는 비밀을 들킨 것 같아
머쓱해지곤 했다.
하지만 그 말은
알게 모르게 나를 앞으로 끌어당겼다.

우리는 자주 종로서적에 갔다.
책 냄새 가득한, 조금은 어수선한 서가 사이.
그는 손가락으로 책 등을 하나하나 짚으며 말했다.

“이 작가 거 봤어?
이건 네가 좋아할 수도 있어.”

책을 고르고, 앉아서 함께 읽고,
가끔은 아무 말 없이 책장만 넘기던 시간.

그런 시간들이 쌓이면서
나는 조금씩 달라졌다.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졌고,
내 안의 적은 가능성을 믿게 되었다.

그가 내게 건네준 책들은,
그 자체로 편지였다.
'넌 여기서 멈출 사람이 아니야.'
'세상을 더 크게 봐.'
'넌 충분히 할 수 있어.'

그리고 그 모든 말의 바닥엔
‘나는 너를 믿는다’는 사랑이 조용히 깔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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