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덜 고생하게 해주고 싶었어

기대는 사람이 되긴 싫었다.

by 기억을 뀌메는 사람 황미순

6화. 널 덜 고생하게 해주고 싶었어

선배는
내가 주말마다 밤늦게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다.

“또 알바야?”
“이번 주도 금토일 다 나가?”
“언제 쉬냐, 넌.”

그는 늘 그런 식으로 물었고,
나는 늘 웃으면서 대답했다.
“쉴 틈 없어. 어쩌겠어.”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집에서는 등록금만 보내주셨고,
생활비는 내가 벌어야 했으니까.

외삼촌댁 옥탑방에 얹혀살면서
월세는 받지 않으셨지만
외숙모께는 마음의 생활비라도 드리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누군가에게 기대는 사람이 되긴 싫었다.
그래서 알바를 멈출 수 없었다.

그걸 말로는 다 하지 않았지만,
선배는 어쩐지 다 아는 눈치였다.

어느 날,
그가 말없이 명함 하나를 내밀었다.

“너 일본어 잘하잖아.
이 회사, 파트타임 뽑는다더라.
고액 알바고, 시간도 좀 여유 있고.
면접은 ○○일 오후 2시.”

그 순간
나는 그저 반가웠다.
운이 좋게 알바 기회가 하나 더 생겼다고 생각했다.
“우와, 진짜? 이런 데 어떻게 알아냈어?”
“지인이 소개해줬어.
너한테 맞을 것 같아서.”

그땐 몰랐다.
그가 그 일자리를 나 대신 얼마나 신경 써서 알아봤는지,
명함 한 장을 건네기까지
얼마나 고민하고, 조심스레 준비했는지를.

며칠 후,
면접을 앞두고 전날 밤
그가 전화를 걸었다.

“내일 면접,
떨리면 전화해도 돼.”

“응, 괜찮아. 그냥 알바 면접이잖아.”

잠깐 정적이 흐르더니
그가 말했다.
“… 잘 안 보면 안 쓸 수도 있어.”
“… 그게 무슨 뜻이야?”
“그냥…
괜히 소개했나 싶어서.
네가 부담 가질까 봐 걱정돼서.”

그제야 알았다.
그가 이 알바를 단순히 돈을 벌 기회로 본 게 아니라,
내가 덜 고생하는 삶을 바라는 마음에서
추천해 줬다는 걸.

나를 위해 준비한 자리였고,
혹여 내가 실망할까
그것조차 걱정했던 마음이었다.

그때는 그냥
‘좋은 선배’의 배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배려의 깊이가,
그 한 마디의 무게가
모두 사랑이었다.

그는 늘
내가 덜 힘들었으면,
내가 더 나은 기회를 가졌으면,
내가 내 인생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으면
그걸 바라고 또 바랐던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그땐 몰랐지만
그는 내가 미처 돌보지 못한 나를
묵묵히 대신 돌보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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